조망권 “경치 즐길 목적 건물 지을때만 인정”

  • 입력 2004년 9월 14일 18시 45분


《집 주변의 하늘과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권리인 ‘조망권(眺望權)’은 어떤 경우에 침해된 것으로 봐야하며, 피해에 따른 보상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13일 대법원은 조망권에 대해 “그 자체로 특별한 가치를 지닌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법적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반면 하급심에서는 조망권을 별도의 권리로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법원의 정확한 입장은 무엇일까.

▽조망권은 별도 권리가 아니다?=결론부터 말하면 아직까지 한국에서 조망권 침해만을 이유로 피해 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 대법원이 조망권을 일조권의 부차적 권리로만 보고 별도의 권리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기존 판례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이날 서울 구로구 고척동 주민들의 조망권 침해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법원은 그 대신 ‘특정 장소가 조망에 있어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고 그와 같은 조망이익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목적으로 건축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조망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망권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일종의 ‘기준’을 제시한 셈. 쉽게 말해서 경치가 훌륭한 곳에 찾아가 그 경치를 즐기겠다는 목적으로 건물을 짓는 것과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조망권을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하급심은 변화 추세=하지만 하급심에서는 조망권이나 통풍권 등 ‘환경권’의 침해 여부를 폭넓게 고려해 현실적으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고척동 주민 소송의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민사23부(부장판사 김경종·金敬鍾)는 조망권 침해에 따른 집값 하락분을 주민들에 대한 손해배상액에 포함시켰다. 조망권을 생활이익의 하나인 별도 권리로 인정한 것.

이 재판부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리바뷰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과 한강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낸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했다.

리바뷰아파트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문으로 이 사건의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점치기란 쉽지 않다.

한강 조망권은 경우에 따라 수천만∼수억원의 아파트 프리미엄 차이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 만큼 ‘특별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같은 조망이익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목적으로 건축됐다’고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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