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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3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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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교수는 “학과가 없어져 실업자가 되는 다른 대학의 동료 교수들을 생각하면 학교에 남게 된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원 D대 환경공학과는 올해 신입생이 1명이었다. 교수는 6명. 4개 단과대 22개 학과 규모의 이 4년제 대학은 올해 모집정원 1062명의 29.6%인 314명만이 입학했다. 7개 학과가 있는 공대의 경우 교수 45명이 신입생 45명을 가르친다. 신입생이 1명도 없는 학과도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31일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방안은 ‘지방대 살리기’가 핵심이다. 모집정원을 절반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이 없는 지방대에 메스를 대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4년 고교 졸업자는 58만여명으로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입학 정원 65만4308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외면 받는 지방대=전북의 사립 H대는 최근 4년간 신입생을 정원의 30%도 뽑지 못해 지난해 모집정원을 절반으로 줄여야 했다. 전북의 다른 사립 H대도 수년째 입학생이 정원의 40%를 밑돌자 일부 교수를 중심으로 인근 사립대와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립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립대인 경남 K대의 경우 2004학년도 모집정원 3670명 가운데 218명을 채우지 못했다.
부산의 14개 4년제 대학은 2004학년도 입시에서 3500여명이 미달했다.
전문대는 더 어렵다. 2004학년도 입시에서 전문대의 미충원율은 수도권이 2%인 반면 지방은 28%에 달했다.
부산 B전문대의 경우 올해 모집정원을 20%나 줄였다. 그래도 전체 모집인원 790명 가운데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학교 경영이 어려워지자 재단측은 올해 1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전체 교수 32명의 절반인 16명에게 권고사직과 휴직을 통보했다.
▽수도권 대학 편입 러시=어렵게 뽑아놓은 학생들도 1, 2년만 다니면 수도권 대학으로 떠나 지방대 강의실은 텅 비어있는 실정이다.
강원 G대의 경우 한 학년 2600여명 가운데 매년 300여명이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기 위해 자퇴하고 있다. 영남지역의 한 사립대도 매년 400여명의 재학생이 편입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매년 단과대학이 하나씩 없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지방대들은 자퇴한 학생 수만큼 인근 지역의 대학생을 편입시켜 매년 같은 지역에서 학생을 ‘뺏고 빼앗기는’ 싸움이 반복되고 있다.
▽고교들 “교수 출입금지”=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한 지방대 교수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교수들이 직접 고교를 찾아다니며 학생 충원을 호소하다보니 고교 교사들의 ‘콧대’도 높아만 간다. 미리 약속을 하지 않고서는 3학년 담임교사나 진학담당 교사를 만나기도 어렵다.
몇 년 전만 해도 입시철에 고교를 찾아다니라고 하면 교수들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요즘은 사비를 털어 자발적으로 수험생을 유치하러 다니는 교수도 많다. 신입생이 없으면 학과가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
경북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틈만 나면 고교를 찾아다니며 학교를 홍보하고 수험생을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잡상인 취급을 하는 교사도 적지 않아 서럽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신입생 유치에 내몰리다 보니 연구나 수업 준비가 뒷전으로 밀려 지방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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