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전정신 남기고 간 항공대 교수들

  • 입력 2004년 8월 29일 18시 49분


새로 개발한 국산 경비행기의 일반 공개를 앞두고 시험비행을 하던 항공대 교수 2명이 추락사고로 희생됐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형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죽음까지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숨진 황명신 은희봉 두 교수는 기꺼이 비행을 도맡았다. 사고에 대한 두려움보다 과학기술인으로서 도전정신이 더 강렬했기 때문이리라. 이공계 위기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지만 이들처럼 투철한 사명감과 실험정신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들이 평생 땀을 쏟은 항공산업은 21세기의 기술 발전을 주도할 기간산업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해 지난해 유인(有人)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내 항공산업은 몇몇 헌신적인 과학기술인들에 의해 어렵게 지탱되고 있다. 신형 비행기 개발의 전문가 두 명을 잃은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희생자 가운데 은 교수는 안정적인 직업인 항공기 조종사를 그만두고 남들이 꺼리는 신형 비행기 개발에 투신했다. 항공기계학자인 황 교수도 신기술 개발에 진력해 왔다. 묵묵히 힘든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본받아야 할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모험심과 개척정신이다. 이공계 위기가 초래된 것도 국가발전을 위해 소중한 이런 덕목이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 아닌가. 이들이 떠난 오늘 그 빈 자리는 더욱 크고 허전해 보인다.

정부는 두 교수에게 과학기술훈장을 수여했지만 그 이상으로 이들을 명예롭게 하고 고귀한 탐구정신을 기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말로만 항공산업 육성을 떠들 게 아니라 구체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두 교수의 값진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다. 두 교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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