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쁨아! 이젠 놀리는 친구 없을거야”

  • 입력 2004년 8월 16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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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난 이제 더 이상 ‘ET’(외계인)가 아니야.”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인천의 한 초등학생이 독서지도사들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게 됐다.

사단법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의 독서지도사 등 87명의 직원들은 최근 트리처 콜린스(Treacher Collins)증후군을 앓고 있는 인천 대화초교 4학년생 김기쁨군(10)을 위해 박봉을 털어 1000만원을 모아 수술비로 전달했다.

이 증후군은 태어날 때부터 안면 기형을 동반하며 청력을 잃어가는 난치성 질환.

김군은 턱뼈가 자라지 않아 얼굴이 불균형인 것은 물론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가 없다. 귓구멍이 없기 때문에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귀 부위에 헤드폰 모양의 울림판을 달고 있다.

그래서 일부 친구들이 김군에게 붙여 준 별명은 ET. 증세는 매년 악화됐지만 중소기업 직원인 아버지(42)의 월급으로는 치료비를 대기에도 벅찼다. 또 이 질병은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10평짜리 다세대주택 지하에 사는 김군 가족으로서는 수술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애만 태우던 김군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3년 전 부터 김군의 책 읽기를 도와 온 독서지도사 문인현씨(52·여). 장애인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는게 꿈인 김군은 어려서부터 유난히 책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문씨는 5월 독서문화운동본부의 인터넷 게시판에 김군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렸고, 많은 직원들이 수술비 마련에 흔쾌히 동참했다.

전체 수술비를 감당할 수 있는 액수는 아니지만, 이들의 도움으로 김군은 17일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턱뼈 교정수술을 받는다. 내년에는 청력 회복을 위해 귀와 광대뼈를 수술할 계획이다.

김군의 어머니(42)는 “기쁨이가 친구들과 비슷한 얼굴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무척 들떠 있다”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기쁨이가 자기 꿈처럼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032-874-0264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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