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鬪실패” 민노총 노선갈등… 강온파 대립

  • 입력 2004년 8월 13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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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하투(夏鬪)의 고비였던 서울지하철과 LG칼텍스정유의 파업이 사실상 노조측의 ‘백기 투항’으로 민주노총 내부의 노선 경쟁이 가시화될 조짐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하투의 승부를 결정한 요인은 고임금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따가운 여론이었지만 민주노총 내 강온파간 노선 대립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노선 경쟁은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문제 등 앞으로의 노동운동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최대 정파인 ‘국민파’와 상대적으로 강경한 ‘범좌파’로 구성돼 있다.

현 이수호 위원장 집행부는 국민파로 분류된다. 상대적으로 온건,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지향하고 노사정위 참여에 긍정적인 이들은 강성인 서울지하철 노조와 LG정유 노조가 불법 파업을 벌였다가 실패하자 전술적인 잘못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반면 오랫동안 민주노총을 이끌어온 범좌파는 단병호 전 위원장 시절의 지도부였던 ‘중앙파’와 이보다 급진적인 ‘현장파’의 연합체. 실패한 파업을 놓고 이들 내부에선 “지도부의 지나치게 온건한 대응이 사용자와 정부의 강경한 자세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들 강경파는 서울지하철과 LG정유에 대해 잇따라 직권중재가 내려진 점을 중시해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내년 2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자”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노동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책임 소재를 놓고 내부 격론이 벌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온건한 기류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합리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노동운동의 기류가 바뀌면서 벌어지는 진통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여론을 무시한 채 강경 일변도로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조만간 정파간 이견을 수습하고 노사정 대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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