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용직 근로자의 눈물

  • 입력 2004년 8월 1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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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이 서울에 있는 복지시설을 찾아갔다가 한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눈물에 덩달아 목이 메었다고 한다. 이 근로자가 식판을 앞에 둔 채 마냥 울기만 하더라는 것이다. 건설현장에 일감이 없어 하루 6000원 하는 여인숙에서도 쫓겨날 처지가 되니, 쏟아내고 싶던 말의 물꼬를 눈물이 막았을 법하다.

이런 일용직 근로자가 어디 그 사람뿐일까. 건설업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고 올해 2·4분기 민간건설 수주액은 1년 전보다 27.5%나 줄었다. 그러니 180만 건설근로자 중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 정부가 대대적인 건설경기 옥죄기에 나선 주된 명분이 빈부격차 해소였다. 그런데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재산이라고는 집 한 채뿐인 중산층마저 급증한 재산세에 고통받고 있다. 반면에 투기꾼들은 ‘행정수도’ 예정지 주변을 파고들고 있다.

부동산으로 경기를 띄운 김대중 정부의 단견(短見)과, 집값 잡는다고 시장 죽이는 극약처방을 남발한 노무현 정부의 무모함은 정반대 같지만 빚은 결과는 하나다. 경기가 극단과 극단을 오가면서 경제가 골병들고 선의의 피해자가 서민과 저소득층에서 양산된 것이다.

경제정책은 의도가 좋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명분과 실질, 장기와 단기,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문가적 안목과 경륜이 담겨야 한다. 또 큰 틀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유연성과 현실감각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때 나오는 것이 뒷북이나 때리는 ‘냉탕 온탕’대책이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정책의 무게추가 이정우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에게 넘어가는 듯한 움직임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정부만 변해서는 안 된다. 여당도 변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민생과 경제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좋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이 앞뒤 안 가리는 개혁주의자들의 서슬에 눌려 눈치만 보고 있는 분위기라면 차라리 무관심이 낫다. 시장을 깊이 알고 시장경제원리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에게 경제를 맡기는 것이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길이다. 그리고 널뛰기 정책이 아니라 방향성이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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