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파산’ 신상공개 인권침해 소지… 정보 악용 우려도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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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파산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법원이 개인파산과 관련된 행정업무를 처리하면서 신상정보를 소홀히 다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자 대구의 한 일간신문에는 대구·경북지역 주민 13명의 인적사항이 자세히 실린 ‘파산자 면책 심문기일’을 알리는 대구지방법원의 공고가 실렸다.

이 공고문에는 파산자임을 알리는 성명과 생년월일, 번지 및 아파트 동호수가 적힌 주소와 본적, 심문 일시와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대구지법 민사신청과 관계자는 “면책 심문기일의 경우 일간지에 공고해야 할 사안이지만 인적사항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는 법원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산자들의 인적사항 공개는 당사자들에게는 불쾌감을 주고 채무관계에도 영향을 줘 더 신중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파산자 면책신청을 낸 박모씨(40·경북 안동시)는 “파산자 면책이 법적 제도라지만 파산자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이 부정적이지 않느냐”며 “좋은 일도 아닌데 인적사항이 신문에 나와 주위에서 알도록 하는 것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9월 면책심문을 받을 예정인 다른 면책 신청자는 “면책되더라도 채권자와의 관계는 남는데 심문일과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신문에 나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면책 신청자에 대한 법원의 허가율은 2000년 58%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96%까지 높아졌다. 채권자들에게 파산자의 면책심문 일시는 중요한 정보가 되고 있다.

변호사들은 “법원처럼 공신력이 높은 기관에서 공개하는 개인 신상정보는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으므로 당사자를 알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고의 성격상 당사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상공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파산법 등에는 파산자 면책심문 등을 일간신문에 공고하도록 돼 있으나 인적사항 공개범위에 관한 규정은 없다.

손지호(孫志皓) 대법원 공보관은 “법원의 공고는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당사자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밖에 없다”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면 개선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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