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대견한 10살 山소년… 지리산서 실종 41시간만에 귀환

  • 입력 2004년 8월 3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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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실종됐던 초등학교 4학년생이 이틀 밤을 혼자 지내고 실종 41시간여 만에 무사히 돌아왔다.

이 어린이는 암벽타기를 즐기는 ‘산꾼’인 아버지와 자주 등산을 하며 산과 관련된 지식을 쌓은 덕분에 조난 후에도 차분히 대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사는 D초등학교 4학년 정희재군(10·사진)이 주인공. 3일 오전 10시반경 경남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 계곡 첫나들이폭포 인근에서 등산객 김모씨(47)가 정군을 발견해 119구조대에 신고했다.

구조대에 의해 함양읍내 병원에 후송된 정군은 탈진한 상태로 온몸에 긁힌 상처와 타박상이 있었으나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정군이 실종된 것은 1일 오후 5시10분경. 아버지 정하이씨(36) 등 일행 7명과 함께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서 장터목대피소(해발 1750m)를 거쳐 세석대피소(해발 1601m) 쪽으로 하산하던 중 연하봉(해발 1667m) 부근에서 길을 잃었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걷다 안내판을 잘못 보고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가 막다른 지점의 바위에서 떨어진 것.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되돌아 나오는 길이 없어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아버지 일행은 듣지 못하고 지나쳤다. 이때부터 정군은 등산로를 찾기 위해 울창한 숲을 헤치며 평소 아버지로부터 배운 대로 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도했다.

첫날밤은 바위 틈 사이에 매트리스를 깔고 얇은 모포를 덮은 채 지냈다. 허기는 계곡물로 달랬다. 그러나 다음날은 오후 5시경부터 장대비가 쏟아져 추위와 싸워야 했다.

정군은 “2일 밤에는 ‘젖은 몸으로 잠들면 체온이 떨어져 위험하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나 바위 밑에서 뜬눈으로 지새웠다”며 “장래 희망이 경찰관이어서 무서움을 참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군의 부모는 “무사히 돌아와 너무 대견스럽고 기쁘다”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함양=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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