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김태호 경남지사 “경남이 빨리 망하려면?”

  • 입력 2004년 7월 23일 22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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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이 최단 시일에 망하게 하려면?’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김태호(金台鎬) 경남지사가 최근 도청 간부들에게 내 준 과제물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 지사는 22일 오전 실국원장 회의에서 “숙제 하나를 내고 싶다”고 운을 뗀 뒤 “경남도청을 하루빨리 망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실국별 업무를 중심으로 8월말까지 보고서를 내 달라”고 덧붙였다.

실국원장들이 뜨악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김채용(金采溶) 행정부지사가 “잘 되도록 하는 발전적인 방안을 찾아달라는 표현을 역설적으로 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지사는 “정말 하루빨리 망하게 하는 방법만 제안해 달라”고 말을 잘랐다.

김 지사 발언의 배경에 대한 의견은 다양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평소 김 지사가 ‘도와 시군의 관계를 협력적, 수평적으로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만큼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반면 도의 한 간부는 “고치고 개선해야 할 핵심적인 문제를 찾아내 수술하기 위한 역발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지사 비서실 관계자는 “망하는 길을 찾으면 흥(興)하는 방법도 알 수 있다는데서 착안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가 당시 “간부 공무원의 역동성이 중요하다. 워크숍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찾고 구체적인 역동성 강화 프로그램을 만들라. 필요하다면 선진국에 나가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일부 느슨한 간부에 대한 질타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는 김 지사의 지시를 비꼬거나, 실제 경남도청을 ‘해산’시키는 방안들이 여럿 올랐다. 또 “젊은 지사의 파격적인 아이디어”라는 평가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엇갈렸다. 아무튼 도지사가 던진 ‘화두’를 놓고 경남도 간부들은 휴가철에도 머리를 싸매야 할 처지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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