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훈/투자 막으면서 일자리 늘리라니…

  • 입력 2004년 7월 13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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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12일 해외 투기자본의 국내 사업체 매입과 국내 제조업체 생산기지의 중국 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가 우려된다며 시민단체, 학계와 연대해 ‘산업공동화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총력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실제 일자리 감소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큰 문제다. 산업공동화는 모든 국민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산업공동화 문제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주장이 얼마나 합리적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민주노총의 발상은 스스로 논리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노동계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은 자본의 투자가 없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대기업 집단이 투자를 위해 지출한 돈은 2002년에 비해 33.5%나 줄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도 투자를 꺼리는 마당에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까지 막는다는 발상은 어이가 없다”면서 “외국 자본을 노동계가 무작정 적대시하고 쫓아낸다면 우리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의 해외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근로자들은 빠져나가는 기업으로 인한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역으로 우리 자본이 사업하기 좋은 해외 각국에 투자해 벌어들이고 있는 외화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노동계가 쌍용자동차나 대우종합기계의 해외 매각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도 난센스다.

노동계는 우리 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옮기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국내 인건비 부담, 강성노조, 진출국 시장, 각종 규제 때문에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고 재계는 설명한다.

노조가 큰 폭의 임금인상을 내걸고 연례적인 파업을 벌이면서 정작 기업에 대해서는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지 말라고 하는 주장은 논리적 모순이다.

노동계가 진정으로 산업공동화를 막고 일자리 창출을 바란다면 연례적인 파업과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자기반성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이종훈 사회1부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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