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태풍 ‘매미’ 희생자 유족 진상규명 없자 서명운동

  • 입력 2004년 7월 1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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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만 무심하게 흘러갈 뿐 작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전혀 없습니다.”

경남 마산시 ‘해운프라자 희생자 유족회’ 대표인 정계환씨(66·경남대 외래교수)는 요즘 마산시내 곳곳을 돌며 시민들에게 서명용지를 내민다. 유족회 이름으로 정부에 낼 탄원서에 첨부하기 위해서다.

그의 어깨에는 ‘추모 해운프라자 유족회’라는 검은 띠가 둘러져 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12일 태풍 ‘매미’가 몰고 온 해일로 해운프라자 지하상가가 침수되면서 아들 시현씨(당시 27세)를 잃었다. 예비 며느리 서영은씨(당시 23세)도 함께 보냈다.

영혼결혼식을 올려주긴 했으나 아픔은 지금도 삭지 않았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제자리걸음이어서 답답함은 더하다.

정씨는 “아들 내외가 금방이라도 돌아올 것 같아 현관문을 열어두기 일쑤”라며 “집사람은 심장병이 악화돼 주말마다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오후 마산항에서 소방방재청과 경남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해일대비 시범훈련장’에서도 1인 시위를 겸해 서명을 받았다. 정씨는 “작년 사고도 수습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방제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훈련은 해서 뭣하느냐”고 지적했다.

8명의 해운프라자 희생자 유족들은 참사 이후 해일피해의 원인규명과 관련자 처벌,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으나 위로금 명목 등으로 1인당 1500만원을 받는데 그쳤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마산시장과 건물 소유주 등 18명을 창원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조사만 있고 결론이 없다”며 4월 1만5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조속한 수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검찰에 냈다. 유족들은 청와대와 행정자치부 등에 다시 탄원서를 내기 위해 추가서명을 받고 있다.

정씨는 “유족들이 건강을 잃거나 상심해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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