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파업 나흘째, 노사 氣싸움… 환자만 골병

  • 입력 2004년 6월 13일 18시 43분


보건의료노조 파업이 13일로 4일째를 맞았지만 노사의 산별 임금단체협상 교섭은 가시적인 진전이 없어 파업 장기화에 따른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

노사는 13일 새벽까지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본교섭을 가졌지만 ‘주 5일 40시간 근무제’를 요구하는 노측과 ‘주 6일 40시간 근무제’를 주장하는 사측이 기존 입장만 재확인한 채 본교섭을 중단했다.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2일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성 현장을 서울대병원 등지로 늘리고 파업 조합원을 병원에 보내 강도 높은 항의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사측은 “노조는 로비 점거, 급식 중단 등 환자의 진료를 방해하는 불법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수술 건수가 줄어드는 등 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진료는 큰 차질 없이 이뤄졌으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데다 노조가 강경한 투쟁방침을 밝히면서 의료 공백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외래환자가 없는 휴일인 13일에는 파업에 참여한 병원은 대체로 한가한 분위기였지만 장기 입원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한 환자는 “노조의 요구도 이해할 수 있지만 로비에서 수백명이 모여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환자로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제때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외래환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월요일을 앞두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이 업무량 과중으로 피로가 누적돼 환자들은 진료 대기시간이 늘어나고 식사시간이 늦어지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수술 건수는 지난 주 60%대로 떨어졌으며 이번 주 50%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래진료는 아직까진 정상적이지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관계자는 “수술이 평소의 3분의 2로 줄었으며 시급한 수술만 하고 있다”며 “외래환자가 몰리는 주초에는 정상적인 외래진료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 양측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 주의 업무가 시작되는 14일이 첫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이날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한 뒤 “자율 교섭을 통한 조속한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노사의 동의를 얻어 교섭참관 등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노조측이 로비 점거 농성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추후에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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