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청와대근무 경찰인데" 잇단 사기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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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경찰관들이 ‘청와대 근무’를 사칭하는 등 유력한 경찰간부 행세를 하면서 사기극을 벌이다가 잇따라 적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5일 전직 경찰 출신으로 경찰간부 행세를 한 혐의(사기)로 박모씨(41·서울 송파구 풍납동)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1989년 순경으로 임용돼 96년 경장으로 퇴직한 전직 경찰관. 그러나 박씨는 퇴임할 때 경찰관 신분증이나 출입증 등을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갖고 다니며 경찰간부 행세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구업체를 운영하던 박씨는 경찰대 1기 졸업생으로 경찰청 보안과와 외사과를 두루 거친 경찰간부라고 주위 사람들을 속였다.

박씨는 2년 전 고향친구인 김모씨를 통해 부유층과 친분이 두터운 유명 종교인 차모씨(57)를 알게 되면서 더욱 대담해졌다.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다고 속인 그는 차씨를 볼 때마다 “홍콩 주재관 시절 검사 출신인 민주당의 H의원, 한나라당 총선 출마자 E씨와 함께 미 연방수사국(FBI)의 특수교육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서양화 진위를 가리는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던 올해 3월 말 박씨는 송파구 석촌동의 한 사찰에서 피카소의 작품을 복사한 가로 28cm, 세로 42cm짜리 위조품을 보여주면서 차씨에게 구입을 권유했다. 흥정 끝에 10억원에 판매하기로 하고 박씨는 우선 계약금 2억원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차씨가 미술관 등을 통해 문의한 결과 위조품으로 판명 나 경찰에 붙잡혔고, 가짜 경찰 행세도 막을 내렸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소년부(부장 황인정)는 25일 토석채취 허가권을 미끼로 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아챙긴 혐의(사기)로 충남서천경찰서 모 순찰지구대 이모 경감(42)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경감은 서울강서경찰서 상황실장으로 근무하던 1999년 5월 이모씨에게 ‘청와대 사직동 팀장’이라고 속인 뒤 “중앙부처에 힘을 써 경북 포항시 임야 21만137m²의 토석채취 허가권을 받아주겠다”며 2차례에 걸쳐 2억원을 받은 혐의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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