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유건쓰니 부쩍 큰 느낌…행동도 의젓해질거예요”

  • 입력 2004년 5월 24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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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제 아이가 아닙니다.”

22일 오전 경북 칠곡군 기산면의 경북과학대 박물관 부설 전통문화체험학교. 관례(冠禮)를 마친 고교생 40여명은 의관(衣冠)을 갖추고 의젓하게 앉았다.

이들은 대구의 대건고 2학년 1반 학생들로 2시간 동안 이어진 관례의식을 마친 것이다.

대건고 학생들은 3월부터 매달 관례체험을 하고 있다. 성년의 날에 맞춰 반짝 관례식을 치르는 현 세태와는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15∼20세의 남자는 상투를 틀고 여자는 쪽을 찌는 관례는 예로부터 혼례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겼으며 미혼이더라도 관례를 마치면 완전한 성인(成人)으로 대우받았다.

담임선생은 이날 학생들 앞에서 덕망 있는 어른인 빈(賓·이끄는 사람) 역할을 맡았다.

제자들에게 갓을 씌운 이혁(李赫·29)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라며 “학생들이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학년 최영준군(17)은 “공부해서 시험치고 대학 가는 게 일상의 중심이었는데 관례를 체험해보니 어른의 역할을 생각하게 됐다”며 “이제 아이를 벗어난다는 생각에 뭉클하다”고 밝혔다.

대건고 구자호(具滋浩·61) 교장은 “요즘 고교생은 신세대이지만 전통 속에서도 배우는 자세가 바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며 “옷을 바르게 입고 예의를 중시하는 태도도 좋은 공부”라고 강조했다.

관례를 마친 학생들은 훨씬 의젓해진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이야기다.

김기욱(金基旭) 학예사는 “남자 고교생을 위해 관례뿐 아니라 제례, 혼례, 상례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례 체험을 원하는 고교는 경북과학대 박물관(054-972-9796)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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