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우리동네가 최고/부천시 오정동

  • 입력 2004년 5월 17일 21시 05분


올망졸망 모여 있던 옛 가옥이 허물어진 뒤 연립주택과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경기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이 곳에서는 주거환경개선과 재개발 등 개발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지만 토박이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의 결속력이 탄탄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동네 한 가운데 있는 삼성공원에서 열린 노인잔치에는 오정동을 비롯해 주변에 사는 노인 1000여명이 참석했다.

1980년 초 창립된 오정동 조기축구회가 모 음식점 후원을 받아 2000년부터 매년 이 같은 잔치를 열고 있다.

노인들은 돼지갈비, 잔치국수, 수박화채 등으로 점심 대접을 받은 뒤 2시간 동안 풍물놀이, 국악, 각설이타령, 무용 공연을 즐겼다.

노인잔치에 단골 출연하고 있는 ‘어니언스’ 멤버이자 통기타 가수인 임창제씨는 이날 사회를 보면서 노래도 불러 인기를 끌었다.

어머니자율방범대원 10여명은 음식 봉사활동을 펼쳤다. 일명 ‘어방대’로 불리는 어머니 방범대원들은 남자들로 구성된 ‘자방대’(자율방범대원)와 함께 오정동 밤길을 지키는 쌍두마차.

조끼와 모자, 호루라기, 손전등, 몽둥이 등 방범장비를 갖춰 놀이터 학원가를 순찰하는 어방대의 근무 시간은 주로 오후 8∼10시.

어방대장 이상희씨(42·주부)는 “청소년들이 어두운 뒷골목이나 공원에서 술 담배를 하다가 주부 순찰대원이 타이르면 별다른 반항하지 않고 잘 따라준다”고 말했다.

어방대가 순찰을 끝내면 자방대가 근무 교대에 나선다. 자방대는 심야시간대인 오전 2시까지 4, 5명이 한조를 이뤄 순찰차를 끌고 주택가 곳곳을 누빈다.

어방대와 자방대의 순찰활동에는 5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동네 유지로 구성된 범죄대책위원회와 수시로 방범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남자 순찰대원들은 방범활동 이외에 수재 때는 상습 침수구역에서의 물 퍼내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동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이들은 창립 5주년을 맞은 16일에는 덕산초등학교에서 체육대회를 갖고 단합을 다졌다.

오정축구회 전광면 회장(46)은 “160여 가구가 살던 안동네의 단독주택이 올해 철거되고 2000여가구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등 동네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동네 형태는 변하지만 어른을 섬기고 이웃 간에 풋풋한 정을 나누는 옛 모습은 계속 살아 있다”고 자랑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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