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私設 난지도’의 먹이사슬

  • 입력 2004년 5월 6일 18시 51분


환경 폐기물 처리업자가 서울 인근 농촌에 ‘사설(私設) 난지도’를 차려놓고 중금속이 함유된 염색공장 슬러지를 불법 매립하다 적발됐다. 이 지역에서 살며 생업을 꾸리는 주민과 환경감시 파수꾼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을까. 환경지킴이의 직분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거꾸로 환경범죄의 공범이 된 데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 포천시 농촌마을에 생겼다는 ‘사설 난지도’는 우리 사회의 부패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불법 매립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은 시청 환경과 공무원, 돈을 뜯어간 주민과 명예환경감시원, 약점을 구실로 금품을 갈취한 환경신문사 간부, 검찰의 수사사실을 공무원들에게 알려주고 돈 받은 경찰…. 이들은 부패의 먹이사슬 구조에 난마처럼 얽혀 공중에 피해를 주는 범죄를 방조하며 사익(私益) 챙기기에 급급했다.

폐기물 불법 매립현장에서 스며 나온 오폐수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납 아연이 다량 검출됐다. 중금속 오폐수가 수도권 주민들이 식수로 쓰는 한탄강 지류로 그대로 흘러 들어갔다고 한다. 눈앞의 이익에 팔려 공중의 건강을 해치는 양심 마비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불법 매립 업자가 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조성한 ‘사설 난지도’를 원상 복구하는 데는 30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비용이 얼마가 들든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중금속 폐기물 더미를 그냥 놓아둘 수는 없다. 결국 이중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우리 사회의 감시기제 중에서 어느 곳 한구석만 제대로 작동했던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었다. 자연환경과 공중보건을 해치는 환경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부패의 먹이사슬 구조부터 끊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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