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4년 만에 돌아온 매향리 사격장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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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매향리 사격장 문제가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게 됐다. 주한 미군은 내년 8월까지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의 미군사격장 관할권을 한국에 반환키로 했다. 장장 54년간 시도 때도 없는 미군의 사격훈련으로 말 못할 고통을 받아온 주민들에겐 더없이 잘된 일이다.

매향리 주민들은 폐쇄되는 사격장 부지에 평화박물관과 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매향리(梅香里)는 이름 그대로 매화 향기 가득한 평온한 마을로 거듭나게 된다. 주민들의 소박한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미군 당국은 환경 복원을 비롯한 지원책 마련에도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큰 틀에서 보면 걱정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당장 미군이 사용할 대체 훈련장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국방부는 우리 군의 기존 사격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것이 미군의 훈련장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해당 지역주민들은 또 어떻게 설득할지 등이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군 당국의 대내외적인 조정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하겠다.

한미동맹 관계가 유지되는 한 주한 미군의 훈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고 또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미군 훈련 때 지역주민들과 크고 작은 마찰이 그치지 않았던 것에서 볼 수 있듯 전반적인 민군(民軍) 관계 및 주한 미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이렇듯 바뀐 환경에 적응하면서 한미동맹 관계를 더 공고하게 발전시켜나갈 책임은 양국 정부 및 군 당국에 있다. 매향리 사격장 폐쇄가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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