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개통식/프랑스-일본]驛주변 지역경제 중심으로

  • 입력 2004년 3월 29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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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프랑스는 각각 1964년, 1981년 고속철이 성공적으로 개통된 이래 지금도 전국 간선망 구축, 유럽대륙 확대 노선 추진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많은 역세권 지역들이 산업·관광단지와 상권 개발, 인구 집중 등이 이어지며 ‘신(新)도심’으로서 지역경제 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 그러나 일부 ‘비 역세권’에서는 역세권과의 격차가 커지며 인구가 감소하고 산업이 낙후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성공한 지방 도시=일본 도쿄 외곽의 지바(千葉)현은 1989년 마쿠하리(幕張) 신칸센 신역사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업무용 빌딩, 상업시설, 호텔, 주택, 학교 등을 정비해 이른바 ‘직·주·학·유(職·住·學·遊)’의 복합기능을 접목시켜 하루 유동인구가 11만명에 달하는 비즈니스 거점으로 변신했다.

테제베(TGV)의 개통으로 파리까지 출근 시간이 50분대로 단축된 프랑스 중서부 르망시에는 컴퓨터, 통신 등 신규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됐다. TGV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비즈니스 타워 ‘노박시스(Novaxis)’를 건설해 저렴한 임대료로 기업체의 지점을 유치했기 때문. 파리 남서쪽 180km에 위치한 방돔시 역시 무명의 지방 소도시에서 ‘산업과 관광의 중추도시’로 변신했다. 42분 걸리는 ‘파리 손님’을 위한 레저단지와 골프장을 집중 조성해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신칸센과 접근성이 좋은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쟁력 있는 산업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인구가 1만5000명에 불과했던 농업도시 야마토초(大和町)는 국제대학을 유치하며 ‘학원 도시’로 거듭났고, 이와테(岩手)현의 모리오카시는 연평균 100건의 학회·박람회를 유치해 컨벤션 산업을 지역 경제의 활로로 만들어냈다.

▽고속철이 오히려 악재인 곳도=철도청 연구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 신칸센이 통과하는 중소도시의 인구는 1970∼1985년에 10%, 기업설립 건수는 30% 이상 증가했으나 통과하지 않는 도시는 각각 5%,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키타(秋田)현에서는 1997년 신칸센이 들어서자 지역민들이 인근 대도시의 쇼핑시설로 원정을 가게 됐고, 지역의 대형 쇼핑몰들은 속속 철수했다. 이 때문에 도심의 소매 점포 수는 16%, 연간 소비 지출액은 20%, 매장 면적은 17%가 감소했다.

이달 중순 신칸센이 개통된 가고시마(鹿兒島)에서는 기업들이 가고시마 지점을 후쿠오카(福岡) 지점으로 통폐합하고 있어 임대료가 하락하고 있다. 두 지역간 소요시간이 2시간대로 단축된 탓에 기업들이 별도의 지점을 둘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

교통개발연구원 이창운(李昌雲) 연구원은 “일본과 프랑스는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지방에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입주하는 등 거점도시들이 늘어났다”면서 “그러나 지방이 특색 있는 주력 산업을 키우지 못하면 오히려 수도권만 광역화 비대화될 수 있으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분권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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