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천대받는 지방도로<下> '리어카 도로'

  • 입력 2004년 2월 24일 23시 06분


《시, 군도와 함께 국토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지방도(地方道)가 홀대받고 있다. 지방도 가운데 상당수는 너비가 3, 4m에 불과해 차량 교행은커녕 대형 트럭이나 버스 한 대가 다니기 조차 힘겨운 실정이다. 비포장인 데다 꼬부랑길이고, 차선과 인도마저 없어 사고 위험도 높다. 심지어 시, 군도나 농어촌 도로보다 못한 지방도도 적지 않다. 지방도의 현황과 문제점, 대책을 3차례로 나눠 싣는다.》

23일 오전 11시경 경남 거창군 남하면 산포리 1099번 지방도.

도로 폭이 3m에 불과한 곳에서 경남 ○○다 16○○호 등 트럭 2대와 경남 ○○라 75○○호 승용차 등 마주 진행하던 5대의 차량이 비켜가지 못한 채 뒤엉켰다.

이 마을 주민 김용재씨(56)는 “경운기를 몰고 가다 버스나 트럭이 다가오면 도로 폭이 약간 넓은 곳에서 한참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도로는 합천댐과 가조온천단지 등의 관광지를 연결할 뿐 아니라 하루 4차례 노선버스가 다니고 있다.

거창읍에서 함양군 수동면에 이르는 1084번 지방도와 의령군의 1040번 지방도 등도 폭이 3∼4m에 불과하거나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대부분의 구간에 중앙선이 없고 차량 두 대가 가까스로 비낄 수 있을 정도다.

가로등과 표지판 등 교통안전 시설물도 전무한 상태다.

지역 주민들은 농축산물 수송에 어려움이 많고 손수레나 겨우 다니는 이 같은 지방도를 ‘리어카 도로’라고 부른다.

함안군 가야읍에서 마산시 내서읍에 이르는 1004번 지방도는 인근 남해고속도로의 교통량이 분산돼 주말이면 체증이 극심한데도 10년째 확 포장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경남 남해군을 순환하는 1024번 지방도에는 인도가 없는 등 열악한 도로여건으로 인해 주민들이 잇따라 교통사고를 당했다.

경북 울진군 온정면∼원남면간 69번 지방도 9km도 언제 포장될지 기약이 없는 실정.

주민들은 가까운 길을 두고도 먼 거리를 돌아 7번 국도를 통해 울진읍 등지로 나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온정면 소태2리 이장 황창규씨(64)는 “포장을 한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언제 시작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울진=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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