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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5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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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7시반. 아들의 출소를 5개월여 앞두고 13일 지병으로 별세한 로버트김(한국명 김채곤·64)의 부친 김상영(金尙榮) 전 의원의 영결식장에서는 로버트김의 애끓는 목소리가 공개돼 '눈물바다'를 이뤘다.
"아버지의 가슴을 아프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효도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주시고, 임종을 할 수 없는 불효를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로버트김은 3~4분 가량의 육성녹음 편지에서 시종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끓는 사부곡(思父曲)을 토해냈다.
그는 "우리는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고 하며 거창한 말로는 조국이라고 한다"며 "조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이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자기 나라에서 사랑받으면 이해가 상반되는 나라에서는 배신자가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저의 과오는 사(私)를 생각하지 않고 공(公)을 위하다 저질러진 일"이라며 "한국을 위한 선택에 후회는 없다"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집과 가까운 윈체스터 교도소로 이감된 뒤 부친 작고에 대비해 이 편지를 녹음했으며 부친의 사망소식을 듣고 교도소에서 한국을 향해 큰절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이 테이프를 가지고 한국에 온 로버트김의 부인 장명희씨(61)는 "남편은 큰 희생을 치루기는 했지만, 한국을 위해 작은 힘이라고 보태었던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며 "한때는 조국이 등을 돌렸다는 비통함도 가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뜨거운 동포애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장씨는 또 "국민 여러분의 격려를 가슴에 새기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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