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 "한판 싸워보자는 건 아닙니다"

  • 입력 2004년 2월 12일 14시 11분


이문열씨의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가 출간되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1일자 문화면을 통해 이씨의 인터뷰와 책소개 기사를 나란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책의 내용과는 별도로 '총선연대 기준 역참고…낙천대상 우호적으로 고려할것'이라는 인터뷰까지 덧붙였고, 중앙일보도 '총선을 두달 여 앞둔 시점에서 인화성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는 '이문열은 왜 정치권에서 신들메를 고쳐 매나'라는 제목의 해설기사를 통해 "작가 이문열이 또 다시 공개적으로 '불화(不和)'를 선언했다. 이문열이 출마라도 하는 것일까?"라며 이씨의 글을 반박했으며, 프레시안도 서강대 손호철교수의 멘트를 인용해 "이씨의 행태를 가만히 두고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성토했다.

하지만 정작 이씨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한판 싸워보자로 이해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은 내 스스로의 자기 해석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같은 논란에 대해 부담스러워했다.

이씨는 11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격렬하게 쓴다는 생각보다는 인상적이고 강한 어투로 한다는 정도였는데, 그렇게 격렬하게 들리고, 전투적으로 들렸나보다"면서 "내가 작가의 길을 가다가 잠시 쉬면서 시비를 붙고 했는데, 이제 다시 작가의 길을 가려고 하다 보니 시비하던 사람을 그냥 두고 휙 돌아서기가 이상해서 내 입장을 알린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사회가 이러이러했고, 나는 이 사회를 이렇게 해석했기 때문에 걱정도 되고, 불만도 있고 해서 시비를 했던 것이지만, 세상은 이미 젊은 당신들의 것이고, 결정도 당신들의 몫"이라며 "이 글을 읽고 '선생님이 옳습니다'하길 바라지도 않고, 단지 '이 사람은 세상을 이렇게 생각하고 부딪히며 살았구나, 생판 아무것도 없이 시비만 붙은 것은 아니구나'하는 정도를 알아줬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총선과 관련해 "총선연대의 낙천대상을 우호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지난번 선거에서 불법성이 증명된 일을 정부가 단속을 안하니까 또 그러는 것인데, 그들이 내세운 기준을 거꾸로 참고한다는 것은 반어법이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인터넷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포퓰리즘과 결합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듯 하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에 대해서도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출발한 정권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래도 현재의 제도를 우회하거나 온당치 못한 편법을 쓰고 싶은 유혹과 싸워 나가는 것이 지도자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고 충고했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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