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씨 괴자금 130억원대”…검찰, 차명계좌 보관 확인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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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在庸)씨가 관리해 온 괴자금 규모가 당초 알려진 100억원대보다 훨씬 많은 13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 검사장)는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재용씨가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등 130억원대의 괴자금을 차명계좌에 보관하면서 기업어음(CP) 매입 등에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재용씨가 이 돈을 인출해 △기업어음 매입에 47억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빌라 분양대금으로 20억여원 △벤처기업 투자에 수억원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를 밝히지는 못했다.

검찰은 재용씨가 5일 오전 출두하면 이 자금이 전 전 대통령이 숨겨둔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의 일부인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돈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밝혀지면 전액 몰수 추징할 계획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자금의 출처를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재용씨가 스스로의 힘으로 130억원을 모을 능력이 없다고 보고 증여세 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검찰은 재용씨가 수억원을 인기 탤런트 P양과 P양의 어머니 계좌에 입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입금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재용씨가 P양에게 돈을 줬거나 P양 등의 계좌를 차명계좌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재용씨의 괴자금 가운데 일부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캠프에 유입됐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할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은 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314억원만 납부했거나 강제 회수 당했으며, 지난해 6월 법원에 제출한 재산 목록에 자신의 예금액이 29만원뿐이라고 신고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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