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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2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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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이용해 즐기는 모바일 성인게임이 최근 미성년자인 중고교생은 물론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 기능이 발달해 성인게임의 낯 뜨거운 장면이 TV 못지않은 생생한 화면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
그러나 이동통신업체는 이에 대한 예방은커녕 미성년자도 성인게임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멍드는 동심=최근 초중고교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성인게임은 ‘서바이벌 섹스’ ‘스트립 맞고’ ‘러브 마사지’ 등. 대부분 전라의 젊은 여성들이 등장하며 게임 공략에 성공할 경우 적나라한 동영상이 화면에 나타난다.
문제는 이런 게임을 미성년자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 SK텔레콤 네이트서비스가 제공하는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하면 상대의 연령에 관계없이 게임을 쉽게 전해줄 수 있다.
성인이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한 뒤 돈을 내고 성인게임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면 선물을 받는 사람은 성인이 아니어도 게임을 받아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
이런 허점 때문에 인터넷에는 ‘성인게임을 선물해 줄 어른’을 찾는 청소년들의 요청 글이 수백건이나 올라와 있다. 서울 성동구 A초등학교 김모군(11)은 “집에 있는 컴퓨터는 엄마가 감시해서 성인게임을 못하는데 휴대전화 게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어 친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러브 마사지’를 선물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한 네티즌은 본보 취재팀에 “다른 사람이 게임을 선물해 주면 나도 내가 갖고 있는 게임에다 최신 벨소리 등을 얹어 보내주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팔아온 이동통신사 "몰랐다" 발뺌▼
▽“나 몰라라” 이동통신 회사=사정이 이런데도 SK텔레콤 네이트측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했다. 네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업체.
이 회사 관계자는 “선물하기 기능에 이런 부작용이 있는지 미처 생각을 못했으며 미성년자들이 게임을 다운 받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면서 “성인게임에 대해서는 선물하기 기능을 없앨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게임 등 모바일 콘텐츠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동통신 회사들이 게임을 팔고도 소비자 반응을 검토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회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선물하기 기능이 악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사실상 방치한 게 아니냐는 것.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장경식(張慶植) 심의조정팀장은 “유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이동통신 회사들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올해부터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적극적인 심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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