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신년회견]盧공격 절제… 경제살리기 강조

  • 입력 2004년 1월 19일 18시 49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교입학제도와 관련해 ‘선 지망, 후 배정’ 원칙의 확립을 밝히는 등 민생관련 제도 정비를 약속했다. -안철민기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교입학제도와 관련해 ‘선 지망, 후 배정’ 원칙의 확립을 밝히는 등 민생관련 제도 정비를 약속했다. -안철민기자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盧武鉉) 정권의 지난 1년을 분열과 갈등의 연속이자 경제와 민생의 표류라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나라당의 새해 화두(話頭)로 ‘일하는 대한민국’과 ‘경제 살리기’를 던졌다. 노 대통령도 연두 회견에서 ‘민생과 경제’를 챙기겠다고 했지만 지난 1년에 대한 자기반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최 대표가 4월 총선의 성격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대통령 선거라고 한다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심판하는 게 국회의원 선거의 특징이라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 최병렬대표 “고교 先지망-後배정 추진”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은 사실상 열린우리당의 선거대책본부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입당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당이 ‘대통령당’인 만큼 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지난 1년간 통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의 이 같은 총선 성격 규정은 우리당의 미래 지향적 캠페인 전략에 ‘맞불’을 놓겠다는 생각을 깔고 있다.

최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일류 선진국가로 가느냐, 아니면 세계사 무대 저편으로 밀려나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들어서 있다”고 양자택일론을 편 데서 이 같은 기류를 엿볼 수 있다.

이날 최 대표 회견의 특징은 회견문안의 표현이 상당히 절제됐다는 점이다. 당초 회견문 초안엔 ‘총선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파산선고를 내려달라’는 등의 비판적 내용이 담겼으나 최 대표가 직접 이를 삭제했다는 후문이다. 설 연휴를 앞둔 민심을 잡기 위해선 대북송금 관련자 특별사면 등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보다는 ‘포지티브’ 공세가 유효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 대표가 경제 외교 교육 사회 정치 등 5대 분야에서의 정책 비전을 제시한 뒤 “우리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 다수당이 되면 다섯 가지 약속과 관계된 모든 관계법을 철저히 고치는 등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한편 자신의 거취와 당내 현안에 대해선 가급적 말을 아꼈다. 자칫 불필요한 오해의 불씨를 던질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 대표는 일부 중진들이 자신을 겨냥해 불출마를 요구한 데 대해선 “대표가 당의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데 대한 좋은 의견으로 고맙게 받아들인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겠다”고 비켜 갔다. 당초 회견문 초안에 있던 ‘대대적인 공천혁명을 이루겠다’는 내용도 삭제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