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근 교수 “국민경제 외면하는 금융자본 고발”

입력 2003-12-23 18:25수정 2009-10-0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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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경 ‘투기 자본 감시센터’가 발족할 전망이다. 최근 외국 자본의 대규모 한국 진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토종(土種) 자본 육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무분별한 외자(外資) 유치’를 반대해온 시민단체인 대안연대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이찬근(李贊根·사진)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2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안연대가 창립 3주년을 맞는 내년 4월에 맞춰 ‘투기 자본 감시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1998년 이후 ‘투기자본과 미국의 패권’ ‘뉴 금융라운드’ ‘창틀에 갇힌 작은 용’ 등의 저서를 통해 지나친 외자 유치의 ‘그늘’을 계속 경고해왔다.

―‘투기 자본 감시센터’란 어떤 기구인가.

“그동안 외국 자본들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든지 생산력과 기술력을 높이는 실물 투자는 등한시 해왔다. 우리 정부가 98년 이후 이 같은 성격의 외국 자본 도입을 장려했기 때문에 이를 통제할 수단을 정부는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시민단체 차원에서 최소한의 제동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다소 추상적인데….

“예를 들어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 등의 입찰에 국내외 자본이 참여할 때 인수 계획서에 ‘국민 경제’에 어떤 기여를 할지를 명시하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다. 또 펀드매니저, 변호사, 경제학자 등이 센터에 참여해 소버린의 ㈜SK 인수 시도와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파고 들어갈 계획이다.”

―자칫 국수(國粹)주의적으로 비칠 수도 있는데….

“어떻게 글로벌화 된 경제에서 외자 유입을 막을 수 있겠느냐. 국내외 자본을 떠나 국민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국내 자본만 보더라도 포스코는 국내 설비 투자 없이 중국에만 16개 합작법인을 짓는다고 한다. 그동안 국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았던 국내 기업들이 국민 경제를 외면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미국의 매사추세츠대 크로티 교수의 2000년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기업 순익의 80%가 배당금, 경영자 스톡옵션, 자사주(自社株) 매입 등에 들어간다. 회사를 위한 재투자는 계속 줄고 있다. 한국도 미국처럼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발전단계를 보면 우리는 아직도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기보다는 재투자를 통해 제조업 부문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할 때다. 우리는 너무 빨리 금융자본의 논리와 외자 순(順)기능론에 함몰되어 버렸다.”

―최근 이헌재(李憲宰)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대형 펀드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98∼99년 당시 외자 유치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그가 갑자기 토종 자본 육성을 외치고 나올 때는 입장 변화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98∼99년에도 외자 순기능론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이 없었던 것이 지금의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해외에도 ‘투기 자본 감시센터’ 같은 것이 있느냐.

“스웨덴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개방 소국은 나름대로의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스웨덴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우리 국민연금관리공단 같은 곳의 연금 관계자에게 ‘에릭슨이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무조건 들어가서 에릭슨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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