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여사원 취업 '좁은 문'

  • 입력 2003년 12월 17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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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대졸자는 순환 근무를 시키거나 지방 사무소로 발령해도 잘 견디는 편이죠. 하지만 대졸 여사원은 지방으로 보내면 대부분 이직해 버립니다."(D생명보험 인사 담당자)

"판매나 영업직은 여성 대졸자를 뽑고 싶어도 지원자가 아예 없습니다. 여성 대졸자 대부분은 행정직이나 사무직을 선호하죠."(H유통 인사 담당자)

여성 대졸자의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 이들의 취업기회는 전문대를 졸업하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보다 더 낮은 게 현실.

취업정보 제공업체 헬로잡(www.hellojob.com)이 최근 대기업 115개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여사원 채용인원을 조사한 결과, 전체 1만8643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여사원 비율은 11.6%(2159명)였다. 만약 대졸 여사원으로 한정하면 비율은 4.7%(886명)로 낮아진다.

특히 식음료(0.72%), 기계철강(1%), 금융(1.8%) 등 업종은 여성 대졸자의 비율이 2%가 되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4년제 대졸자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인사 담당자들은 △사무보조 등 단순 업무를 4년제 여자 대졸자에게 시킬 경우 이직률이 높고 △영업직이나 순환근무를 기피하며 △자존심이 강하고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등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임윤옥 사무국장은 "영업 업무나 술자리 문화 등이 남성 위주로 짜여져 있다보니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 있다"며 "대학에서는 남녀가 평등하게 경쟁 하지만, 직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남녀 기회의 균등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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