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결식학생 돕기 '사랑의 십시일반'

입력 2003-12-12 21:00수정 2009-10-1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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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를 굶으면 더 추울텐데…”

따뜻한 밥을 먹여 중고교생 자녀를 학교에 보낸 주부 이연화(李蓮花·40·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불쑥 ‘결식학생’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곧 겨울방학인데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학생은 어쩌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대구시교육청에 전화를 걸었다. “현재 2만5242명입니다.” 대구시내 초중고교 결식학생수였다.

‘한 끼라도 보탬이 될 수 없을까’고 고민하던 이씨는 평소 다니는 영남불교대학·관음사(회주 우학·又學스님·대구 남구 봉덕3동)의 대학생 법우들에게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대학생 40여명은 “해보자”며 곧바로 기금마련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대학생들은 대구 경북지역 곳곳을 다니며 공연과 전시회, 바자회를 위해 뛰었다. 따뜻한 마음이 줄줄이 이어졌다. 영남대와 대구가톨릭대의 사물놀이 연합동아리인 한맥회, 경북대 락밴드 익스프레션, 영남대 천마응원단, 대구색동구연가회 등이 공연을 하겠다고 나섰다. 1998년 KBS주부가요열창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범어교회 안주원씨는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전시회와 바자회를 위한 물품을 내겠다는 사람도 이어졌다. 삼성라이온스 야구단은 선수싸인볼을, 향토 소주회사인 금복주는 소주를, 경산에서 약국을 하는 노경애씨는 천연염색스카프 5장을, 한 농장은 된장 간장을, 화가들은 그림을 각각 보냈다. 디자이너 노미애씨는 인기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 앞치마’를 보내기도 했다.

“막상 시작했지만 2만5000명이나 되는 결식학생에게 밥 한끼라도 줄 수 있는 기금이 나올까 좀 막막했어요. 그런데 여러 마음이 모이니까 자신이 생깁니다. 십시일반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가봐요.” 행사 준비를 하던 김낙현(金樂賢·25·대구가톨릭대 2년)씨의 말이다.

대학생들은 이번 행사 이름도 결식학생 숫자에 맞춰 ‘25242’로 짓고 행사 초대권도 2만5242장을 만들었다. 초대권의 일련번호 인쇄비 3만원을 아끼기 위해 대학생들은 손으로 일일이 숫자를 써넣었다. 3만원이면 결식학생 15명의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0원짜리 초대권도 그동안 1만 5000여장 팔렸다. 영남불교대학 재학생과 동문 5000여명도 거의 모두 참여하기로 했다. 내년에 대학에 입학하는 남현주(南炫朱·19·대구 경명여고3년)양은 “그동안 결식학생에 무심했는데 행사준비를 하면서 내 일처럼 느껴진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대학생들이 몇 달동안 정성껏 준비한 행사는 △전시회 15일∼21일 △공연 20일 오후6시△바자회 20일∼21일 영남불교대학 3층에서 열린다. 대학생들은 행사가 끝난 뒤 시내 학교를 방문해 모은 돈을 전달할 예정이다. 문의 053-474-8228.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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