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음악세상' 백혈병어린이 돕기 자선 공연

  • 입력 2003년 12월 7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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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경남 함안군 군북면 박곡리 남해고속도로 상행선 남강휴게소 광장에는 감미롭고 흥겨운 선율이 울려 퍼진다. 오전 11시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음악과 노래가 멈추지 않는다.

사단법인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음악세상(회장 이재영·50)의 자원봉사자들이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해 자선공연을 하는 현장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놀이시설인 양산시 통도환타지아 입구에서 똑같은 공연이 펼쳐진다. 기온이 크게 떨어진 7일에도 ‘음악세상 사람들’은 시린 손을 호호 불며 사랑이 듬뿍 담긴 노래를 계속하며 자선공연을 했다.

자선공연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노래에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아마추어 가수들이다.

주부 최명숙씨(36), 회사원 김민정씨(26)와 제상욱씨(32), 대학생 안은경씨(22)와 최호영씨(25), 라이브 가수 양선오씨(32), 휴학생 주영복씨(24) 등이 주인공. 서울에서 가수 활동을 해 온 이 회장의 아들 대룡씨(26·예명 준)도 최근 동참했다.

이들은 청중과 분위기에 따라 발라드와 트롯을 적절히 섞어 선사하고 중간 중간 “우리의 사랑만 있으면 백혈병 소아암은 완치될 수 있다”는 등의 안내를 한다. 2평 남짓한 간이무대에는 ‘사랑을 모으면 생명을 구합니다’라는 현수막도 내건다.

음악세상이 자선공연을 시작한 것은 1998년 2월. 부산 덕천동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이 회장이 서울 나들이 길에 듀오 ‘수와 진’의 이웃돕기 공연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은 자신의 가게 한쪽에 무대를 만들고 무명가수들을 모았다. 노래 부를 무대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신 주말과 휴일에는 자선 공연에 나선다는 조건을 붙였다.

출범 초기 음악세상은 주로 소년소녀 가장과 혼자 사는 노인을 지원했다. 그러다 이 회장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백혈병 어린이 한명을 알게 되면서 백혈병 소아암 환자들에 대한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들은 공연과 함께 자신들이 취입한 음반을 현장에서 판매해 기금을 마련한다. 이 회장은 “경기가 좋을 때는 하루 60만원 안팎의 기금이 모였으나 요즘은 하루 30만원도 어렵다”고 전했다.

음악세상이 그동안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가진 자선공연은 모두 470여회. 백혈병 환아에게 지원한 금액은 2억원에 달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주부 최씨는 “어려운 여건의 환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병이 나은 어린이를 보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만 치료 도중 세상을 떠나버릴 경우 자식을 잃은 느낌과 다르지 않다”며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위해 공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세상(www.m-w.co.kr) 051-331-9944

함안=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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