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는 지금 '골프장 만들기' 열풍

  • 입력 2003년 12월 1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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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북제주군 한림읍 금악리 해발 150m R골프장 조성공사 현장. 참나무 서어나무 등 제주 향토 숲이 둘러싸인 곳이다. 페어웨이에 모래가 깔리고 그린, 연못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R골프장 관계자는 “내년 말을 목표로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다”며 “1차 분양권이 모두 팔릴 만큼 제주지역 골프장사업이 인기를 끌면서 각 업체가 공정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지역 곳곳에서는 골프장 조성공사가 붐을 이루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사업승인을 받아 공사가 진행되거나 예정인 10개소, 행정절차 이행 중인 10개소, 사업시행예정자로 지정받은 6개소 등 모두 26개 골프장이 신규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5개 골프장(180홀)이 내년 말 준공되면 현재 운영중인 9개 골프장(237홀)에 버금가는 규모의 골프장이 새로 생긴다.

제주지역에서 골프장으로 조성 가능한 임야면적은 전체 임야의 5%인 4590만여m²로 이 가운데 92%인 4240만m²가 이미 골프장 조성지로 확정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 골프장으로 조성할 수 있는 임야는 극히 드물다.

제주지역 골프장은 겨울철 휴장하는 육지 골프장과 달리 사계절 골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수도권 지역에 비해 땅값이 상대적으로 싸고 산간지역 지형을 그대로 활용할 경우 토목공사비가 크게 줄어 1000억원 가량이면 18홀 규모 골프장 조성이 가능하다.

관광과 휴양을 겸해 골프를 할 수 있는 이국적 정취와 함께 주말마다 ‘부킹전쟁’이 벌어지는 사업성은 골프장 투자자를 끌기에 충분하다.

제주 골프는 해외 골프여행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동남아지역 80만원, 일본 3회 골프 80만∼110만원 등의 해외 골프여행 상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부대경비, 언어소통, 음식 등을 비교할 경우 제주지역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제주시 지역 골프장 관계자는 “해외 골프에서 라운딩을 마음껏 할 수 있지만 장시간 비행, 골프장 분위기, 문화적 이질감 등으로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골프여행은 제주지역 등 국내에서 부킹할 수 없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역에서 골프장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사업 승인을 받은 3개 골프장과 행정절차를 이행중인 일부 골프장은 사업을 진척시키지 않고 있다.

한 골프장조성 사업시행업체는 자본부족 때문에 사업진척이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골프장 부지 시세차익을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서울과 제주에서 관광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4)는 “골프장 예정지로 허가받은 부지를 매입하려고 했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골프장 조성이 가능한 임야면적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앞서 골프장 조성에 따른 환경훼손을 먼저 해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역 환경단체는 골프장 조성공사로 비가 모여들어 지하수를 만들어내는 ‘곶자왈(계곡과 돌무더기 등에 형성된 숲 지대를 뜻하는 제주방언)’이 파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골프장 조성지가 대부분 해발 200∼600m에 위치해 풍수해를 막아주고 수자원을 조성하는 녹지와 산림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장창도(張昌道) 환경건설국장은 “사업승인을 받거나 절차 이행 중인 골프장을 점검해 실제 투자가능 여부를 가리고, 환경단체와 합동으로 골프장 건설현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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