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연안부두 일대 물류대란 불보듯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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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m를 가는데 30∼40분이나 걸리니….”

“연안부두로 가려면 1시간을 길에서 보낸다는 각오를 해야 해요.”

인천 중구 북성동 해양경찰청에서 옛 인천개항100주년기념탑으로 이어진 축항로(편도 5차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불만이다.

컨테이너 운전사 이형준씨(41)는 “연안부두에 들어가는 날이면 오늘은 얼마나 길이 막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연안부두 인근 남항에 컨테이너 부두가 내년에 잇따라 개설될 예정이어서 남항 배후지와 연결하는 도로를 개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인천지역 해운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싱가포르 업체와 함께 내년 8월 남항에 1개 선석(船席) 규모의 ‘삼성PSA 컨테이너 부두’를 개설한다. 삼성물산은 남항 배후지에 연차적으로 선석 2개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또 내년 8월을 전후해 영진공사와 선광공사, 대한통운 등 하역업체들도 남항에 각각 선석 1개씩을 개설한다.

이에 따라 남항에서는 내년부터 연간 5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천항의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77만TEU. 인천항이 지금의 물동량으로도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어 남항부두가 잇따라 개설될 경우 이 일대 물류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컨테이너 수송을 위해 350억원을 들여 남항 인근 라이프아파트∼남항 모래부두 구간(500m)에 왕복 4차로의 배후도로를 만들려고 정부에 예산 배정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인천시와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모래부두∼용현갯골(교량)∼아암도 인근 번개휴양소를 잇는 길이 1.7km의 도로를 개설하기 위한 공사비를 놓고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시는 인천 남항 유통단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공단 측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도로개설 공사비 135억원을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단 측은 도로 개설 의무가 시에 있는 만큼 재원 마련은 시가 해야 한다는 태도다.

인천 남항과 제2경인고속도로, 인천 시내를 연결하는 도로는 현재 왕복 10차로의 축항로 밖에 없어 남항 배후도로 개설이 늦어질 경우 교통체증에 따른 물류대란이 우려된다. 인천 경실련 김송원 사무국장은 “남항을 포함해 인천항이 동북아의 물류 중심항으로 발전하려면 배후 교통망이 조기에 개통돼야 한다”며 “배후 교통망 개설이 늦어지면 국가 물류에 엄청난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해양청은 남항 배후지 교통망 관련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자료를 보완해 국회 예결위에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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