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金 경남지사 측근들의 '장기 집권'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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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로 접어들면서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의 향후 정치 행보와 함께 그와 고락을 같이해 온 측근들의 진퇴 문제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지사의 측근은 여러 명이지만 대표적으로는 이덕영(李德英) 정무부지사와 김맹곤(金孟坤) 경남개발공사 사장이 꼽힌다.

이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졌다. 50대 중반에다 1998년에 모두 현재의 자리에 임용됐다.

무엇보다 임명권자인 김 지사에 대한 이들의 ‘충성심’이 매우 강하다는 게 중론. 이런 이유 때문일까. 더러 구설수에도 올랐으나 김 지사의 신임은 5년 동안 한결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지사는 김 지사의 중점 사업인 ‘대형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을 계획하고 추진과정을 챙겼다. 또 김 지사와 함께 F3 자동차경주대회의 개최를 주도한데 이어 최근에는 F1까지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김 지사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이 부지사만큼 김 지사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평가도 받는다. 문화관광국장(3급)이던 자신을 정무부지사(1급)로 발탁해준데 대한 ‘보은’으로만 해석하기는 힘든 대목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후진 등을 위해서도 물러날 시기가 되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 부지사 자신도 용퇴를 언급한 적이 있어 인사철을 앞두고 거취에 시선이 쏠린다.

기업을 경영하다 경남개발공사를 책임진 김 사장 역시 김 지사를 위해 대소사를 각별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찬반 논란이 뜨거운 F1대회 유치와 관련, 김 사장은 얼마 전 ‘F1은 미래 산업의 상징’이라는 제목의 신문 칼럼에서 김 지사를 적극 거들었다. 부산, 진해 신항만 명칭 문제에 대해서도 ‘지역 패권에 젖은 부산시는 각성하라’는 기고를 통해 김 지사의 속내를 대변했다.

지난해 김해시장 출마를 저울질 했던 김 사장은 다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출연기관의 장(長)을 ‘내 사람’이라는 이유로 계속 감싸서는 곤란하다.

김 지사가 경남도정을 책임진 지 다음달로 만 10년이 된다. 경남도의 한 직원은 “수년 간 같은 자리에 근무한 참모 및 간부진의 인사를 통해 도지사 장기 재임에서 비롯된 ‘권태’와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기가 뛰어나거나, 평소 아끼는 선수라도 다른 선수와의 팀웍이나 관중의 반응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교체 멤버를 투입하는 것이 유능한 감독의 용병술이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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