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가 직업…30대부부, 부녀자 상습납치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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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치안센터(옛 파출소). 경찰관들의 책상 위에는 200장이 넘는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 40대의 휴대전화기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장물 전시회’를 연상시키는 이 많은 증거물은 18일 경찰에 붙잡힌 강남 주택가 부녀자 납치사건 용의자 박모씨(39) 부부가 훔친 물품. 각종 흉기 10여점과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했다는 수갑 2개도 있었다.

박씨 부부는 3월 30일 대전에서 귀가하던 여대생(21)을 납치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지하방에 가둬놓은 뒤 몸값 1억원을 요구한 혐의(인질강도 등)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여대생이 도망을 치는 바람에 지명수배됐다.

그러나 이들은 수배 중에도 수십 차례 훔친 승용차로 날치기를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강남의 주택가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차로 납치해 2시간 동안 손발을 수갑으로 묶고 신용카드를 빼앗아 현금 310만원을 인출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훔친 신분증에 있는 이름으로 원룸을 임대해 은신처로 삼았고, 휴대전화도 도용한 이름으로 개설하거나 훔친 휴대전화만 사용했다. 워낙 도용한 이름이 많아 혹시 자기들 스스로도 헷갈릴 것에 대비해 훔친 신분증과 물품을 피해자별로 비닐봉투에 나눠 보관했다. 또 범죄를 저지른 지역을 지도책에 꼼꼼히 표시해 한 번 범행한 지역은 다시 찾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10년간 복역하다 2000년 출소했으며 이후 사업에 실패해 1억원가량 빚을 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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