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지혜 자매 부모 기자회견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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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따로 떨어진 쌍둥이를 낳아 키운 것 같아요."(아버지 민승준씨·34)

분리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3일 귀국한 샴쌍둥이 민사랑·지혜 자매의 부모 민승준씨와 장윤경씨(32)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국어린이보호재단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생후 8개월이 된 사랑이와 지혜는 각각 흰색과 보라색 찐빵 모자를 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보였다.

사랑이는 아버지 민씨의 품에 안겨 고개가 뒤로 꺾인 채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었고, 지혜는 낯선 사람들을 보자 신기한듯 어머니의 품에서 팔을 뻗으며 딸랑이를 흔들었다.

아버지 민씨도 "지혜는 우주비행사가 될 것 같고 사랑이는 시인이나 작가가 될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지혜는 평소에도 욕실이나 주방을 돌아다니는 등 모험심이 강한 반면 사랑이는 종이나 연필을 가지고 놀기 좋아한다는 것.

민씨 부부는 "아이들이 예상보다 건강해 처음에는 3년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던 의사 선생님들도 '1년만 지켜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며 "지금 기분만으로는 치료가 다 끝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랑이와 지혜는 신경외과 치료와 항문보강 치료를 받아야 하며, 그 외에도 앞으로 재활치료 과정에 들어갈 치료비는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한국어린이보호재단에 모인 모금액은 1억700여만원.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운영하던 PC방을 판 민씨는 "많은 분들이 지도해주시고 성원해주셔서 아이들이 아주 건강해졌다"며 "지나보니 내가 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윤경씨는 기자회견 끝에 특별한 당부를 덧붙였다.

"처음에 아무리 어머니라도 샴쌍둥이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수술 전에도 보통 아이들과 똑같고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다른 장애아들도 부모 입장에서는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에게 보여주신 따뜻한 마음을 다른 분들께도 부탁드립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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