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취업-진학 척척 실업계 낮춰보지 마세요"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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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 고교를 꺼리는 풍토도 막연한 편견 때문인지 모른다. 취업이 어려운 요즘 오히려 실업고를 통해 취업이나 대학 진학을 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2만평 규모의 캠퍼스를 자랑하는 포항시 북구 용흥동 포항여자전자고교(교장 박화식·朴和植). 대구 경북에서 하나뿐인 여자전자고교다. 95년 개교 이후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5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메카트로닉스(전자계통) 전자통신 산업디자인 영상그래픽과 등 4개 학과 졸업생들은 취업과 대학진학을 마음대로 선택할 정도다. 올 2월 졸업한 391명의 ‘졸업 후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176명(45%)은 대학에 진학했고 215명(55%)은 취업했다. 취업도 삼성전자(45명) LG필립스(47명) 삼성SDI(11명) 하이닉스 반도체(26명) 등 국내 굴지의 기업에 진출하고 있다.

전국의 대학이 실업계 고교 출신 학생을 정원의 3%까지 선발하기 때문에 자신의 특기적성을 살리면서 대학에 진학하기에도 실업계 고교가 인문계 고교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올해 전자통신과를 졸업하고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에 진학한 강선희(姜善熙·19)양은 “인문계 고교생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오히려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미리 공부해 대학에 입학하니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메카트로닉스과를 졸업하고 LG필립스에 취업한 윤수진(尹秀眞·19)양은 “교육시설과 환경이 좋아 큰 기업에서 일을 해도 자신감이 생긴다”며 “회사에서 전문성을 쌓은 뒤 대학공부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경우 최신 컴퓨터만도 700대. 학생들은 일반 교과공부와 함께 20여개 실습실에서 전공공부를 한다. 박화식 교장은 “막연하게 실업계 고교를 낮춰보고 인문계만 선호하는 분위기는 학생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며 “청소년 때부터 자신의 적성에 맞춰 전문분야를 찾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실업계 고교(경북 81, 대구 21개교)는 다음주부터 12월 초순까지 입학 전형을 한다. 경북도교육청 윤영동(尹永東) 교육국장은 “고교 입학은 적어도 5년 뒤를 내다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므로 실업계 고교를 잘 살펴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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