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후원금 ‘200억증발’논란…민주 “장부에 기재 못한것”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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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이 14일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정 고문은 당 최고지도부 간담회에서 ‘대선 당시 민주당 후원금 장부에 200억원이 비어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이 14일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정 고문은 당 최고지도부 간담회에서 ‘대선 당시 민주당 후원금 장부에 200억원이 비어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 정대철(鄭大哲) 상임고문이 14일 우리당 최고지도부 간담회에 참석해 “지난해 대선 선대위원장으로 민주당 후원금 장부를 들여다보니 200억원이 비어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 고문은 “회계장부상에서는 200억원이 있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돈이 없었다”면서 “대표가 되기 전 선대위원장 때부터 문제 제기를 했는데 아무튼 누적치가 쌓여 (없어진 돈이) 200억원이나 됐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누군가가 200억원이라는 거액을 순차적으로 ‘횡령’했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도 있어 인화성이 높은 내용이었다.

우리당 이평수(李枰秀) 공보실장은 “정 고문은 민주당 대표를 지냈고 특히 대선 당시 재정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누가 봐도 설득력 있는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면서 “이상수(李相洙) 의원이 얼마 전 언급했던 ‘회계상의 어마어마한 문제’가 이런 것 아니겠느냐”고 가세했다.

이에 앞서 우리당측은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 후원회가 지난해 선대위 출범 후 중앙당에 두 차례에 걸쳐 135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돼 있지만 선대위에서는 이 돈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발끈했다.

특히 당시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노무현(盧武鉉) 후보 캠프로부터 “돈 한 푼 안 준다”는 공격을 받았던 유용태(劉容泰) 의원은 “돈이 왜 없는지 재정국장의 보고를 받아 사정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무슨 황당한 얘기냐”고 흥분했다.

그는 “국고보조금으로 인건비 주고 임대료 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각종 선거까지 겹치면 돈이 부족해 후원회 돈을 먼저 가져다 쓸 수밖에 없는 게 솔직한 현실이었다”며 후원회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돈은 법률상 한도가 있는 만큼 장부상으로는 지출하지 않은 것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나도 총장이 되고 그런 누적 적자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 알게 됐다”면서 “그런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누군가가 횡령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며 모르고 그런 얘기를 했다면 ‘돌대가리’다”라고 맹비난했다.

또 재정국 관계자는 135억원 부분에 대해 “후원회에서 돈을 넘겨주면 바로 영수증 처리를 해야 하지만 일처리를 하다보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연말에 한꺼번에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당측은 “후원회에서 미리 끌어다 쓴 돈이 얼마인지, 실제 선거자금 등 공적 용도에 쓰였는지, 아니면 돈의 일부를 누군가가 착복했는지 알 수 없지 않느냐”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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