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추적/월곶신도시 난개발

  • 입력 2003년 11월 12일 21시 14분


코멘트
《“주말이면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공원도 없어요. 주택가 주변에 먹거나 노는 상업시설만 즐비하죠.” 경기 시흥시가 주먹구구식 도시계획으로 월곶신도시를 조성하는 바람에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0년부터 시내 중심가에 들어서기 시작한 모텔이 최근 34개에 달해 ‘월곶신도시는 러브호텔의 메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2560가구로 구성된 풍림아파트 1단지에 입주한 주민들은 “주거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아파트와 불과 20∼30m 떨어진 곳에 숙박시설을 집중시킨 처사를 납득할 수 없다”며 시에 수차례 진정을 냈다.

시흥시 건축 관련 조례는 주거지로부터 100m 이내 지역에서는 숙박시설을 규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1997년 말 아파트 신축 공사가 중단되면서 주택사업이 차질을 빚던 시기인 98, 99년 모텔 건축허가가 무더기로 이뤄졌다”며 “이로 인해 주택가와 숙박시설, 상가 등이 혼합된 다소 기형적인 도시 모습을 띠게 됐다”고 말했다.

1단지 주민 최모씨(37)는 “시흥시가 땅 장사에만 혈안이 됐기 때문에 월곶신도시에는 공원다운 공원과 공영주차장을 한 곳도 만들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월곶신도시에는 200∼400평 규모의 공원 3곳이 있으나 조경시설은 아예 없고 나대지로 방치돼 있거나 조각탑 정도만 설치돼 있다.

요즘 2005년 3월 입주 예정인 풍림아파트 3단지 앞의 초등학교 건립 문제로 시끄럽다.

시는 97년 1만9000명(5430가구)을 수용하는 내용의 월곶택지개발계획을 확정했다. 당시 안산시교육청은 학교부지 4곳을 신도시 안에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는 1단지 인근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2개만 짓기로 하고 나머지 학교부지를 아파트 시행자인 풍림산업개발 등에 매각했다.

안산교육청이 최근 학교 증설을 촉구하고 나서자 학교부지를 사들인 아파트 시행업자와 주변 상가주인 등의 민원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풍림산업개발은 6월 3단지 앞에 소유하고 있던 1640평을 초등학교 부지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주변에 놀이시설이 있어 학습환경이 나쁘다”며 이 부지를 학교시설로 결정하지 않았다.

3단지(560가구) 입주 예정자들은 대표회의를 구성한 뒤 “분양 당시 약속한 자리에 초등학교가 들어설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시와 풍림산업개발을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며 집단 민원을 시에 냈다.

반면 3단지 앞 초등학교 건립 예정지에서 20m 떨어진 1200평에 상가를 지은 김모씨는 “시에 엄청난 돈을 주고 땅을 사들여 상가를 지었는데 뒤늦게 학교가 들어서면 상업용 건물로서의 용도는 폐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의 엉터리 도시계획으로 이 같은 피해가 잇따르자 감사원은 최근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