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입학제는 최후수단 졸업생 기부 활성화 주력”

  • 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39분


“‘졸업생 기부제’를 고려대 특유의 기부 문화로 정착시키겠습니다. 기여입학제는 현재 학내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으며, 다만 사회적 여건이 성숙해진다면 훗날 최후 수단으로 고려해 볼 수는 있겠죠.”

어윤대(魚允大·사진) 고려대 총장은 11일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기여입학제 도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어 총장은 당분간 고려대 특유의 ‘끈끈한 동문애’를 재정 확충을 위한 ‘마케팅 상품’으로 승화시키는데 주력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졸업생 기부제’를 도입해 현재 10% 미만인 개인 기부금의 비율을 미국의 유명 사학 수준인 60%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부자에게 당연히 혜택이 있어야겠죠. 기부하는 분들에게 기부금에 대한 ‘절세 컨설팅’을 해주고 건물이나 강의실은 물론 각종 연구기금에도 기부자의 이름을 헌사할 것입니다. 또 혜택을 받은 재학생 개개인에게 직접 도움을 준 선배의 기부 철학을 전파할 것입니다.”

어 총장은 졸업생들에게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재학 시절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는 동문에게는 ‘장학금 되돌려 주기’ 모금도 할 것이라는 구상을 내비쳤다.

고려대 문과대는 ‘졸업생 기부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동문 8000여명에게 편지를 보내 재학생들의 ‘유학 자금’을 대줄 것을 호소했다. 2004년부터 영문과 불문과 등 어문계열 전공 학생들은 1학기 이상 해당 언어 국가에 교환 유학을 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5억원을 기부한 동문도 있어 우선 100명의 학비는 해결됐다는 게 어 총장의 설명이다.

어 총장은 “사학 전체 예산에서 4%에 불과한 정부의 재정지원금은 그 비율이 15∼30%에 이르는 미국 일본 등지의 대학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등록금 완전 자율화’ 등과 같은 대책이 없이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기여입학제 도입이 ‘최후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 총장은 “졸업생 기부제를 한국형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모델로 키워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남은 임기 중 기여입학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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