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어린이 협박’ 경찰서 코웃음

  • 입력 2003년 11월 3일 18시 19분


서울 강남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협박 편지가 잇따라 배달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경찰관이 협박편지 신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A유치원은 “지난달 31일 ‘아이들을 죽이겠다’는 협박편지를 받고 다음날 관할 수서경찰서에 신고했으나 민원 접수 경찰관이 ‘수사할 사항이 아니다’며 신고를 묵살했다”고 3일 밝혔다.

이 협박편지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에 배달된 편지와 같은 내용으로 ‘강남 8학군 학생을 죽이겠다. 아이들 30명을 내놓아라. 부유층 아이들을 몰살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유치원 원장 김모씨는 지난달 31일 교육청으로부터 ‘협박편지가 돌고 있으니 아이들 안전에 유의하라’는 공문도 받았기 때문에 즉시 인근 유치원 원장 2명과 함께 관할인 수서경찰서 민원실로 찾아가 신고했다.

그러나 민원실의 경찰관은 김 원장 일행에게 “별일도 아닌데 신경 쓰지 마라. (편지를) 읽지 않겠으니 그냥 찢어버려라”며 신고 접수를 거부했다. 김 원장 일행이 항의하자 이 경찰관은 “어린이들에 관한 문제는 여성청소년계 소관”이라며 이들을 다른 부서로 보냈다.

김 원장 일행은 이후 여성청소년계와 형사계를 전전하며 신고하려 했으나 각 부서에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여성청소년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협박편지는 수사가 어려워 바로 수사에 착수하기가 곤란하다”(형사계)는 답변만을 들었다.

이에 대해 수서경찰서 김희석 형사과장은 “민원실 경찰관이 접수를 받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그는 “처음에는 협박편지 내용이 과장되고 추상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낮아 심각한 사건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으나 이후 언론보도를 접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명했다.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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