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 대통령도 말해야 한다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05분


코멘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SK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만큼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말할 차례라고 본다. 누군들 대선자금에서 깨끗하지 못하다면 낙선자의 사과에 이어 당선자도 말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이미 민주당은 노 후보 캠프의 대선자금 모금방식과 용처에 대해 충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이중장부’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이어 비정액 영수증 363장 증발, 대선 후에 조달된 45억원의 출처 불명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간에 벌어지고 있는 ‘추악한 진실게임’의 성격을 모르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들 모두 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사람들이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사법 처리될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언제까지 지켜보는 듯한 자세를 보인다면 이를 수긍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측은 “청와대 안에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고, 청와대가 밝힐 사안도 아니다”(윤태영 대변인)고 했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선거의 당사자였던 대통령이 모른대서야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노 대통령은 7월 ‘굿모닝 게이트’ 사건으로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고백성사를 주장했고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이에 따라 자진공개를 했다. 그러나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액수와 같은 데다 검증절차도 없어 신뢰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다 지금은 여러 의혹들이 새롭게 추가된 상황이다.

이런 터에 대통령의 진솔한 고백만이 “힘들고 어렵다”(송광수 검찰총장)는 검찰의 심리적 부담과 압박감을 덜어줄 수 있다. 그것은 또한 검찰이 당선자와 낙선자의 대선자금 수사를 공정하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정국은 불법 대선자금 파문으로 한없이 어지럽다. 그런 가운데 국정은 실종되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는 깊어만 간다. 이런 상황을 하루빨리 매듭짓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