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성조기훼손 그만둡시다" 경북大생들 공감확산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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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 성조기를 그려 밟고 다니는 행위, 이제는 그만둡시다.’

경북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이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 대학 후문 부근 도로에 반미 시위용으로 그려진 성조기를 지우자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이에 공감을 표시하는 학생들의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경북대 농업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서모씨는 20일 이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국가의 국기를 도로 위에 그려놓고 밟고 다니는 것을 보고 ‘저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누구나 반미를 주장할 수는 있지만 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우리 대학의 영어강사를 비롯, 미국인들이 이 그림을 보면 몹시 불쾌할 것”이라고 말했다.

며 “작년에 영어 강의를 한 미국강사 한 분이 수업 중 ‘후문 쪽 도로에 있는 국기(성조기)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하는 순간 (그 분의) 안색이 변했다”고 미국인들의 반응을 전했다.

서씨는 “미국 국기를 모독하는 행동 하나 때문에 경북대 모든 학생들이 모두 ‘반미’로 해석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화염병을 던졌던 시기에 그려졌을 이 그림은 이제 깨끗이 지워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학 정치외교학과 권모씨는 같은 게시판에서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지만 우방국 국기를 모독하는 행위는 예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미국의 대학생들이 태극기를 도로 위에 그려 놓고 밟는 행동을 하면 우리 기분은 어떻겠느냐’(화학과 이모씨), ‘길을 지나다 본인의 뜻에 상관없이 성조기를 밟게 된다’(기계공학과 이모씨) 는 등 공감을 표시하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게시판에서 “세계유일의 패권국인 미국이 약소국들에 대해 저지르는 행위에 비하면 이는 오히려 순진한 편”이라고 두둔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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