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市 육성의지 실종…'처용'이 운다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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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제작한 ‘뮤지컬 처용’이 시의 무성의와 준비부족 등으로 올 들어 한차례도 공연되지 못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시는 2002년 울산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5월 울산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뮤지컬 처용을 보여주기로 하고 5억원의 예산을 들여 작품을 공연했다.

신라시대 향가 ‘처용설화’의 발상지인 울산과 경주를 무대로 한 뮤지컬 처용은 연극연출가협회 임영웅 회장이 연출을, 대한민국 예술원 차범석 회장이 극본을 각각 맡았다. 탤런트 강부자(처용 모)와 연극배우 남경주(처용) 김성기(헌강왕) 등이 출연했다.

뮤지컬 처용은 지난해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처음 공연돼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어 처용문화제가 열린 지난해 10월 7일에도 두 차례 공연돼 매회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총 5차례 공연에서 64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방자치단체가 제작한 문화상품으로는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올 3월에는 자치단체가 직접 뮤지컬을 제작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9회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는 올해부터 3년간 매년 1억원씩 투입해 뮤지컬의 미비점을 보완해 올해 서울공연을 한 뒤 내년부터는 해외 원정공연도 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는 그러나 뮤지컬 처용에 참가했던 울산시립무용단원 가운데 무용단 노조의 파업 등으로 1월부터 결원이 발생했지만 이들의 충원을 위한 오디션을 실시하지 않았다.

또 올해 서울 공연장으로 사용하기로 한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극장 등이 내부수리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이어서 공연이 불가능했지만 시는 이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올해 처용문화제(10월 2∼5일)에서도 문화행사의 핵심인 뮤지컬 처용은 공연되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시가 더 이상 뮤지컬 처용을 지원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시는 “뮤지컬 처용을 중도하차 시킬 계획은 전혀 없다”며 “내년 4, 5월경에 서울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제작진과 출연진들에게 양해를 구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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