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선 아나운서 "이 상을 돌아가신 아버지께 드립니다"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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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심하신 아버지가 길을 잃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실 때면, 거리를 헤매면서 아버지를 찾아다니던 기억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기상 캐스터이자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방송생활 13년째를 맞고 있는 이익선씨(35)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떨어뜨렸다.

22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회 효령대상 시상식장.

효도부문상을 받은 이익선씨의 수상소감은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특히, 수상자 선정 소식이 전해지기 일주일 전인 지난 8일 이씨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3남 1녀중 고명딸인 이씨는 분가한 오빠들이 모두 형편이 어렵자 결혼도 미룬채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중환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혼자 모셔왔다.

이씨의 남다른 가족 사랑과 지극한 인내심은 이웃들 뿐만 아니라 방송국 관계자들이면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

효령대상 운영위원회 이수홍(李秀洪 청권사 이사장)위원장은 "수상자 선정 당시에는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몰랐다"며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훌륭한 방송인으로, 또 젊은이들이 본받을만한 '효녀'로서 생활해 온 것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인다"고 칭찬했다.

한편 서영훈(徐英勳)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53년부터 82년까지 대한적십자사에서 근무하면서 의료, 구호, 사회봉사 등 헌신적으로 활동한 공로로 사회봉사부문 상을 받았다.

서영훈 총재와 이익선 아나운서는 이날 받은 상금 전액을 각각 태풍 '매미' 피해 주민과 독거노인들에게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효령대상 문화부문과 효도부문은 신봉승(辛奉承) 시나리오 작가와 홍일식(洪一植) 세계효(孝)문화본부 총재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효령대상은 조선 태종의 둘째왕자인 효령대군의 충효사상과 사회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각계의 추천을 받아 매년 선정한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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