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 중수부장 항의방문…검찰 반발

  • 입력 2003년 10월 17일 23시 24분


코멘트
한나라당 의원들이 17일 같은 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에 대한 ‘SK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을 항의방문하고 돌아가 검찰의 반발을 샀다. 이번 방문은 15일에 이어 두 번째다.

한나라당 법률지원단 소속 김용균(金容鈞) 심규철(沈揆喆) 김용학(金龍學) 의원은 이날 오후 대검 청사의 안 중수부장 사무실로 찾아가 “검찰의 수사가 여당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편파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안 부장은 “최대한 고려하겠다”며 원론적인 대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분간 안 부장과 면담하고 나온 이들은 기자들에게 “공평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당 차원의 항의방문이다”고 밝혔다.

안 부장을 만나기 직전 기자실에 들른 김 의원 등은 “통합신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은 조사받고 나서 희희낙락하는데 70세에 가까운 최 의원은 14시간씩 조사하고도 또 소환하는 등 검찰이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의원은 돈 받은 것을 시인했는데 최 의원은 시인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돈 받은 게 없는데 뭘 시인하느냐”며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우리가 힘이 없으니까 당하는 것이다. 우리가 들은 바로는 이 의원이 받은 돈은 25억원이 훨씬 더 되는데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들은 소문”이라며 정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의 항의방문 소식을 접한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 중립과 독립을 강조했던 국회의원들이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 중수부장을 찾은 것은 수사에 대한 압력이나 다름없다”며 “정치인 수사만 하면 집단으로 몰려가 항의하는 정치인들의 나쁜 습관은 법치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빨리 사라져야 할 구태”라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