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실업高의 화려한 변신…女商서 미용메카로

  • 입력 2003년 10월 15일 2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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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 고교가 학생 모집난으로 벼랑 끝 위기에 놓여 있다. 인문계고로 전환하거나 학과를 폐지하는 실업고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적성과 취향을 고려하고 특성화를 지향하는 실업고는 화려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실업고 가운데 변신에 성공한 2개 학교를 소개한다.》

# 전남 미용高

전남 나주시 영산동 영산포여상은 올 3월 전남 미용고로 교명을 바꿨다. 3년 전만해도 이 학교는 농촌의 여느 실업고처럼 신입생 모집 때만 되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이 학교는 2001년 미용과 1개 학급을 신설하고 지난해와 올해 2개 학급을 모집하면서 전남지역 유일의 가사계열 특성화고로 자리 잡았다. 올해 신입생 선발 때 48명 모집에 111명이 지원, 2.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전국 공립 실업고 가운데 경쟁률 3위를 차지했다. 광주, 순천, 목포, 강진, 고흥 등 16개 시 군 42개 중학생이 지원했다.

현재 재학생 수는 미용과 131명을 포함해 상업디자인과, 정보처리과 등 244명. 이 학교는 내년에 3개 학급, 72명을 모집하는 등 2006년까지 상업디자인과와 정보처리과를 없애고 미용과 9개 학급으로 완전 개편할 계획이다.

이 학교 미용과 실습시설은 전문대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헤어실습실 2개, 피부관리실 2개, 메이크업실 1개 등 5개 실습실을 갖추고 있으며 올 연말 ‘토털미용실’을 선보인다. 실습실마다 최첨단 기자재를 확보해 최적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국가가 인정하는 미용사 면허증을 취득한다. 미용사 자격증 취득시험 때 필기시험이 면제되는 특혜도 주어진다.

4년제 대학 및 동일계 전문대 진학이 쉽고 졸업 후 피부관리사,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으로 진출하고 미용실을 운영할 수 있어 취업 걱정은 ‘남의 일’이다.

김인숙(金仁淑) 교장은 “실업고가 살아남으려면 시대 흐름에 맞는 학과를 신설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다음달 80명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가 완공되면 더 많은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나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광주 자연과학高

1909년 개교해 94년의 전통을 지닌 광주농고가 광주자연과학고로 교명을 바꾼 것은 2001년. 교명을 바꾸면서 ‘조리학과’를 신설하고 기존 7개과를 자연과학과와 자원정보과 등 2개과로 통합하는 등 도시형 학교로 탈바꿈했다.

3개 학과 가운데 조리학과는 단연 인기다. 해마다 30명 모집에 100명이 넘게 지원해 평균 3대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는 조리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전공 교사 외에 호텔이나 유명 음식점의 요리사 2명을 산학겸임교사로 임명했다.

또 학생들의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3년째 중국 요리의 명인을 초청해 요리 시연회를 열고 올 7월에는 조리과 1학년 10여명을 중국에 보내 5박6일간 연수를 시키기도 했다.

조리 실습 시설도 다양해 음식보관실, 시식실, 재료실 등을 갖춘 80여평 규모의 대형 실습실 1동과 식품가공 실습실 2동을 비롯해 식기세척기, 음식을 굽는 그릴, 고기를 다지는 초퍼, 최신형 제방기 및 발효기 등을 갖춰 학생들이 실습하는데 불편이 없다.

학교 측의 배려로 내년 졸업을 앞둔 조리학과 학생 30명 가운데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4개 요리 조리사 자격증을 모두 취득한 학생이 12명이나 된다. 또 올해 열린 광주기능경기대회 등 3개 대회 요리 부문에서 7명이 각종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올해부터 대학의 학부 개념을 도입해 학생들이 전공을 자유스럽게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조리학과 과목 수강 신청자가 많아 아침이나 방과 후, 방학 중에 학생들에게 특강을 실시해 자격증을 따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부임한 나규동(羅圭東) 교장은 “조리학과 졸업 예정자들을 대학에서 장학금을 주고 서로 데려가려고 할 정도”라며 “조리 뿐만 아니라 원예, 유통, 산업기계 분야의 전문인을 양성해 특성화 고교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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