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남부 강타]예비부부 안타까운 죽음

  • 입력 2003년 9월 14일 18시 36분


코멘트
경남 마산시의 ‘해운프라자’ 수몰 현장의 희생자 중 예비부부가 포함되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4일 오전 4시20분경 마산시 해운동 해운프라자 지하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정시현씨(28·학원장)는 13일 오후 발견된 서영은씨(23·여·경남 창원시 상남동)와 내년 5월 결혼을 하기로 한 사이. 이들은 당초 추석을 보낸 뒤 올 10월 결혼하기로 했으나 영은씨의 아버지 서모씨(51·포항공대 교수)가 “딸이 아직 어린 데다 좀 더 곁에 두고 싶다”고 해 결혼을 내년 5월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태풍 ‘매미’가 급습하던 12일 오후 이 건물 지하 식당과 노래방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저녁을 먹은 뒤 오후 9시경 지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순간 부두를 덮친 해일로 이 건물 지하에도 갑자기 바닷물이 밀려들었다. 필사적인 탈출도 허사였다.

양가에서 “우리 아들이 부족하지나 않을까, 우리 딸이 부족하지나 않을까” 걱정했을 정도로 착하고 아름다웠던 두 젊은이는 끝내 이승에서의 ‘사랑’을 하늘나라로 가져가고 말았다.

점포 상인들은 서씨와 함께 빠져 손을 잡고 나오던 정씨가, 거센 물줄기를 못 이기고 휩쓸려 떠내려간 서씨를 구하기 위해 다시 안으로 들어간 뒤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들의 운명 소식에 할 말은 잊은 시현씨의 아버지 정모씨(65)와 영은씨의 아버지는 이들이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을 하늘에서나마 이룰 수 있도록 영혼결혼식을 올려주기로 했다.

마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