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능 석차 공개하라” 판결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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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개인별 석차(순위)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났다.

이 판결이 상급심에서도 그대로 확정되면 수능 성적표와 이를 바탕으로 한 대학입학시험 전형방식, 수험생의 지원 대학 선택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백춘기·白春基 부장판사)는 2일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신모씨 등 수험생 6명이 “수능 시험의 총점 기준 누가성적분포표와 개인별 석차를 공개하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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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석차 비공개가 총점 중심 입학 전형의 폐단을 줄이고 대학 서열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험생들은 비공식적으로 작성된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대학 선택에 혼란을 겪는 등 석차 비공개로 인한 불이익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원고측의 요청대로 △원점수 총점기준 누가성적분포표 △변환점수 총점기준 누가성적분포표 △원점수 총점기준 개인별 석차 △변환점수 총점기준 개인별 석차 등 4가지 기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신씨 등 수험생 6명은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에 “2003학년도 수능에서 누가성적분포표와 개인별 석차가 공개되지 않아 진학할 대학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수험생들은 수능의 개인별 석차가 공개되지 않아 자신의 총점 등급(1∼9단계)과 영역별 과목별 점수의 백분위 비율(전체 수험생을 100%로 보고 수험생 점수가 상위 몇 %에 해당하느냐는 비율) 등을 활용해 지원 대학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에 따라 점수 위주의 입시를 지양하고 대학 서열화를 막는다는 취지로 2002학년도 수능부터 개인별 석차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학들은 개인별 석차가 없으면 신입생 전형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교육부에 개인별 석차를 요구하다 어쩔 수 없이 다소 복잡한 현재의 전형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개인별 석차가 공개되면 전형 방식을 다시 바꿀 대학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일 석차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며 항소하겠다고 밝혀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수능 시험 석차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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