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강경 움직임 배경]주5일근무-노사 로드맵등 맞물려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47분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주5일 근무제 입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영수기자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주5일 근무제 입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영수기자
민주노총 산하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촉발된 노-정(勞-政) 갈등이 29일 주5일 근무제 법안 국회처리, 9월 초 ‘노사관계 로드맵’ 발표와 맞물려 갈수록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출범 후 한동안 ‘정부와 노동계가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재계의 비난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던 노동계는 ‘이제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정 싸움으로 번진 화물연대 사태=화물연대를 준회원단체로 거느리고 있는 민주노총은 그동안 운송거부 사태를 간접 지원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6일 “민주노총의 활동은 정당성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경찰이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적극 개입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민주노총은 27일 서울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경찰이 화물연대 지도부와 민주노총에 대해 영장집행을 강행하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정권과 전면전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28일 오후에 열린 주5일 근무제 법안 국회 통과 저지 집회에서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상당한 시간을 정부의 화물연대 탄압을 규탄하는 데 할애했다.

민주노총 손낙구(孫洛龜) 교육선전실장은 “6월 말 철도노조 파업을 경찰력으로 진압할 때부터 정부의 노동정책은 과거로 회귀했다”며 “이제는 일말의 기대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법 제도 개정’ 관련 투쟁=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주5일 근무제를 시작으로 9월 4일경 발표될 예정인 ‘신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로드맵’, 9월 정기국회에서의 국민연금 개편안 처리 등 노동계에 민감한 법 제도 개선 사안이 줄을 잇고 있다.

국회 통과가 유력한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해 노동계는 일단 대규모 집회로 저지를 시도하고 입법이 이뤄질 경우 각 사업장에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해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를 관철할 계획이다.

경영계는 이 같은 노동계의 움직임에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주5일제 도입을 둘러 싼 노사, 노-정간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계 인사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제도 선진화연구위원회의 작업을 토대로 노동부가 초안을 마련한 ‘노사관계 로드맵’도 노동계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노동계와 경영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안’이라고 하지만 노동계로서는 정리해고요건 완화,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사용자 대항권 강화 등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기 때문.

이 밖에 노동계는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악’을 하반기 투쟁의 뇌관으로 규정하고 기필코 막겠다는 계획이어서 노-정간의 대치구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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