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길승前실장 소환]‘술자리 돈거래 의혹’ 꼬리 잡았나

  • 입력 2003년 8월 22일 18시 06분


청주 K나이트클럽 대표 이원호씨가 22일 조사를 받기 위해 청주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청주=김동주기자
청주 K나이트클럽 대표 이원호씨가 22일 조사를 받기 위해 청주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청주=김동주기자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에 대한 청주지검의 본격 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양 전 실장과 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50·구속)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검찰이 김도훈(金度勳) 전 검사를 구속하자마자 양 전 실장을 22일 소환한 것은 이미 양 전 실장의 혐의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확보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청주지검 추유엽(秋有燁) 차장검사가 21일 저녁 기자들에게 “양 전 실장 관련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양 전 실장이 소환된 것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세간의 시선이 주로 검찰의 ‘몰래카메라’ 수사에 쏠려 있었고 수사력도 여기에만 집중된 것처럼 비쳐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와 별도로 양 전 실장의 금품 수수 및 이씨 수사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한 수사도 꾸준히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은 그동안 이씨 등을 상대로 △양 전 실장을 만난 경위 △수사 무마 청탁 여부 △양 전 실장에 대한 금품 제공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으며 관련계좌 추적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실장이 청주를 다녀간 4월 17일과 6월 28일의 행적 및 방문 이유 등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씨와 양 전 실장의 진짜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실마리를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그러나 검찰은 22일 소환한 양 전 실장을 일단 귀가시켰다. 그가 금품 수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양 전 실장이 과도한 향응 접대를 받은 정황은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비위 혐의가 드러나면 곧바로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검찰이 양 전 실장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은 김 전 검사 구속과 ‘비호 의혹’에 대한 특별감찰에도 불구하고 각종 의혹이 잦아들지 않자 정공법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의 감찰 발표와 달리 양 전 실장의 금품 수수나 수사 무마 압력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청와대는 사건 초기부터 안일한 대응과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양 전 실장에 대한 수사에서 ‘비호 의혹’에 대한 대검 특별감찰팀의 감찰 결과를 뒤집는 사실이 돌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비호세력이 존재한다면 양 전 실장이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청탁을 했고, 그 청탁이 실제 이뤄졌는지에 대한 조사는 자연스럽게 비호세력에 대한 조사로까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청주=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