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범인화성연쇄 살인범은 사형수? “내가 여러명 죽였다”

  • 입력 2003년 8월 19일 18시 33분


코멘트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복역 중인 사형수?’

대전 둔산경찰서는 1996년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 복역 중인 임모씨(49)가 이 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수사의 단서는 임씨가 평소 “내가 경기도 화성에서 아줌마를 죽였다. 한두 명 죽인 게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출소자들의 제보. 경찰은 어차피 사형을 앞둔 임씨가 거리낌 없이 범행을 털어놓았을지도 모른다고 보고 지난달 20일 수사에 착수했다.

임씨는 88년부터 93년까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처음 발생한 화성시 태안읍에서 살았던 사실도 경찰의 관심을 끄는 대목. 그는 ‘산신도사’를 자칭하는 무속인으로 움막을 짓고 야산에 기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임씨의 혈액형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과 같은 O형. 연쇄 살인사건 중 8번째 사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제이며 공소시효가 남은 7, 9, 10번째 범행 가운데 9, 10번째 범행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정액이 나왔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임씨의 혈액을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수사진 내부에서는 임씨의 범행 수법이 화성 연쇄 살인범과는 너무 다르다며 이번 수사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화성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대부분 목이 졸려 숨졌으며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임씨는 95년 대전과 공주 등지에서 3명의 여인을 살해하면서 흉기를 사용했으며 달아난 동거녀로 착각하거나 함께 기거하다 대접이 소홀하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고 성폭행도 하지 않았다. 둔산경찰서 주현종(周玹鍾) 형사과장은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진범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86년부터 91년까지 경기 화성시 일원에서 연이어 발생한 10건의 부녀자 강간살인사건으로 대표적인 미제 사건. 최근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상영돼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