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장 부부, 부도 비관해 동반자살

  • 입력 2003년 8월 14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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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이 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60대 사장이 회사가 부도나자 아내와 함께 극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13일 오전 6시 30분경 경기 용인시 양지면 평창리 G모텔 202호실에 김모씨(66·안산시 H화학 대표·서울 강남구 개포동)가 아내(64)와 함께 침대에 누워 숨져 있는 것을 딸(38)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딸은 경찰에서 "12일 아침에 '조만간 회사가 부도날 것 같다. 여행이나 다녀와야 겠다'며 두 분이 집을 나섰는데 13일 새벽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와 '밥이라도 같이 먹자'며 모텔로 오라고 해서 가 봤더니 이미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침대 옆 탁자 위에는 이들이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극약이 들어있던 필름통 모양의 플라스틱 통 4개와 딸과 회사 직원들에게 보내는 유서 6장이 놓여 있었다.

딸에게 보내는 유서에는 "엄마 아빠는 아무리 찾아봐도 한길밖에 보이지 않아 12일 그길을 택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씌여 있었다.

김씨가 1975년 창립한 H화학은 실리콘 제조 촉매제로 쓰이는 염화동(CuCl)을 제조하는 회사로 연간 1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해 왔으나 최근 전직 직원이 설립한 물류창고에 지급보증을 섰다가 100억원 가량의 빚을 져 자금난을 겪다 12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경찰은 유족과 회사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미뤄 회사가 부도나자 이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보고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중이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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